[책의 향기]‘만점 노트’ 보는듯… 그림으로 풀어낸 철학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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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해사전/페터 쿤츠만 외 지음·여상훈 옮김/536쪽·2만5000원·들녁

철학사를 다룬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 줄줄이 이어진다. 게다가 쓰인 용어는 죄다 생경한 것들이다. 현대철학으로 갈수록 독해의 난도는 더 높아진다.

25년 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3500년 철학사를 요약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일반 독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고자 도해(그림풀이)를 적극 활용한 것이 큰 차별점이다. 소크라테스와 공자부터 현대의 후기 구조주의까지 철학의 역사를 주요 학파 및 사상가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핵심 개념을 112개의 표와 그림으로 풀어냈다.

번역 역시 정갈하다. 책을 훑다 보면 공부 잘하는 친구의 ‘만점 노트’를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철학의 기본 탐구 대상에 대한 플라톤과 칸트의 입장을 표현한 도해를 보면 텍스트보다 직관적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덕분에 이 책은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18개국에서 번역됐다.

물론 모든 도해와 글이 이 같은 수준은 아니다. ‘관심 있는 철학자를 다룬 꼭지를 먼저 읽어도 앞 꼭지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출판사의 홍보가 무색하리만치 어떤 부분은 도해를 샅샅이 살피고 설명을 반복해 읽어도 낯선 외국어처럼 느껴진다.

결국 읽는 이의 철학지식 내공에 따라 만족도가 갈릴 책이다. 만점 노트가 모두에게 쓸모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철학도해사전#플라톤#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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