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집, 남을 거쳐 알게 된 식구들의 모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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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食口).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가족을 말할 때 ‘우리 식구’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지 않나. 연극 ‘방문’은 가족과 식구의 관계를 교묘히 오가며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형 진석의 연락을 받고 8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동생 진영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진석은 동생이 온다는 소식에 요리책까지 펴놓고 음식을 준비하지만, 진영이 바라본 형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자신이 방금 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곧잘 잊어버린다. 오븐 안에서 고기가 익고 있지만 또 다시 냉장고에서 생고기를 꺼내 양념하는 일을 마치 처음 하는 일 마냥 구는 모습이 생경하다.

극이 진행되면서 집을 찾는 방문객은 하나둘 늘어난다.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북적거리지만 서로 간 빈틈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도드라진다. 진영은 8년간 집안과의 왕래를 끊었던 사이 아버지가 교회에서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집에 놀러온 재희를 통해 듣는다. 뒤이어 찾은 옛 연인 혜원과 그의 남자친구 건축가 기호를 통해선 형이 집을 급하게 매물로 내놓았고, 마지막 방문객 변호사 우식을 통해선 형이 치매를 앓는다는 것과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다. 진영은 그렇게 정작 가족의 ‘현재’를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톤으로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작품을 빛낸 것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다.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아버지 역의 배우 이호재의 열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02-515-1217 ★★★(별 5개 만점)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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