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과 법정, 한국불교 두 거인의 대화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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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정말 사람이… 사람이 성불(成佛)할 수 있습니까?”

1967년 12월 청년 법정이 물었다. 해인사 해인총림 초대 방장인 성철 스님이 답했다.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 부처님 계신 곳은 바로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입니다.”

‘설전(雪戰·사진):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책읽는섬)는 한국 불교계의 두 거인이 깨달음과 수행, 세상에 대해 나눈 대화와 인연의 자취를 처음 정리한 책이다.

성철(1912∼1993)과 법정 스님(1932∼2010)은 속가 나이로 정확히 스무 살 차이가 난다.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을 큰 어른으로 따랐고, 제자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가야산 호랑이’는 법정 스님을 인정하고 아꼈다. 법정 스님은 “불교란 무엇인가” “기독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망설임 없이 던졌다. “법문만 듣고 있으니 얼얼하다. 출가하게 된 인연을 말해 달라”고 도발적으로 청하기도 했다.

성철 스님은 여유롭게 때로 즐기듯이 답한다.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눈을 감으면 캄캄하고 눈을 뜨면 광명입니다. 본래 생사란 없습니다. 삶 이대로가 열반이고 해탈입니다.”

두 사람은 인연을 이어가며 불교 정신은 물론이고 지도자의 덕목, 인간성 회복, 미래가 꺾인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도 폭넓게 나눴다. 성철 스님은 자신이 쓴 원고 ‘본지풍광’ ‘선문정로’를 손봐달라고 부탁했고, 법정 스님은 정성을 기울였다.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 추모사를 쓴 이도 법정 스님이었다. 때론 팽팽하게 때론 따스하게 나눈 문답에는 이들이 치열하게 추구한 사랑과 자비, 지혜가 담겨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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