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그콘서트’에서 유행어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인 ‘유전자’. 지난달 29일엔 배우 박보영이 게스트로 나왔지만 ‘개콘’ 시청률은 직전 회의 10.1%보다 떨어져 한 자릿수가 됐다. KBS 화면 캡처
‘시청률 9.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999년 첫 방송 이후 늘 두 자릿수의 평균 시청률을 유지했던 KBS2 ‘개그콘서트’(개콘)가 지난달 29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인터넷TV(IPTV)인 올레tv에 따르면 개콘의 주문형비디오(VOD)의 매출액 또한 올 1월에 비해 60% 감소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폐지, 방송 재개, 시간대 이동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5%대 시청률에 그치고 있고, MBC는 지난해 9월 ‘코미디의 길’ 폐지 이후 명맥이 끊긴 상황.
지상파 방송 코미디 프로의 자존심을 지켰던 개콘마저 무너지면서 TV 코미디의 생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대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개그
‘개콘’의 몰락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개콘’이 요즘 시대의 화두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 예능 프로 PD는 “개콘이 잘나가던 2006∼2008년 방영된 ‘대화가 필요해’는 요즘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소통’의 화두를 담았다”며 “요즘 개그 코너는 유행을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 고유의 시대 풍자 코너가 이해집단의 항의 때문에 오래 버텨내지 못하고 막을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 1월 새로 선보인 코너인 ‘부엉이’는 등산객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진다는 설정 때문에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인 뒤 두 달 만에 폐지됐다. 또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논란, 기업특혜 논란 등 정치적 이슈를 소재로 다뤘던 ‘민상 토론’도 올 4월 시작했으나 지속적 항의를 받았고 11월 초 폐지됐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신인 개그맨들의 ‘젊은’ 개그 코드가 보수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재미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을 피해 웃기기 쉬운 소재를 찾다 보니 외모나 뚱뚱함에 대한 비하를 반복적으로 써먹어 식상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인터넷 범람으로 인한 TV 방송의 한계
최근 ‘방송 환경의 변화’ 자체를 한계로 꼽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제약 없는 웃음 표현과 코드들이 오가는데 TV에선 제약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개그맨 최양락은 “대중들이 온라인을 통해 방송개그보다 다양하고 자극적인 내용들을 접하고 익숙해져 있다”며 “비속어 사용에도 제약이 따르는 방송프로에서 ‘바른말 고운말’만으로 재미를 유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달인’(2007∼2011년)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김병만도 “폭파 장면 등이 들어간 슬랩스틱 개그를 하고 싶은데 방송에서는 제약이 따를 것 같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 프로가 이대로 침몰하는 것일까.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짧은 호흡으로 웃음을 줬던 개콘 방식의 코미디프로는 웹 콘텐츠에 유리한 포맷”이라며 “소재와 표현의 다양성을 살려내면 얼마든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인 조준희 PD는 “새로 선보인 코너들이 화제를 모으지 못했을 뿐 위기라고 보진 않는다”며 “내부 문제를 개선하며 새 코너를 선보여 반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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