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유해, 뤼순감옥 500m 반경 죄수묘지에 매장 유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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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토 저격 106주년… 안태근 교수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 책 펴내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안중근공원’에는 서 있는 안중근 의사 동상. 동아일보DB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안중근공원’에는 서 있는 안중근 의사 동상. 동아일보DB
《 “여러 근거를 통해 안중근 의사 매장 추정 지역과 발굴 방법을 제시했는데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없습니다.” 24일 만난 안태근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장(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은 안 의사 유골 발굴에 미온적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哈爾濱) 역에서 일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의거 106주년이 되는 날이다. 사업회는 광복 70주년과 의거 106주년을 기념해 신간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차이나하우스)을 펴냈다. 이 책에는 안 의사의 유골 발굴 필요성과 매장 추정지역, 발굴 방법 등이 담겼다.》

안 교수는 “정부가 2008년 안 의사가 의거 뒤 수감됐던 중국 다롄(大連) 시 뤼순(旅順) 감옥 근처를 발굴한 뒤로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조속한 발굴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유골 매장 추정지로 뤼순 감옥 동남쪽 500m 지점 옛 수인(囚人·죄수) 묘지 터를 지목했다. 당시 관동도독부(일제의 식민행정기관)의 문서, 안 의사 서거 당시 검시(檢屍) 의사와 통역관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수인 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안 교수는 최근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의 발달로 땅을 파지 않고도 유해 발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GPR는 땅 위에서 전파를 발사해 지하의 물체를 찾는 기술이다. 이전에는 탐색 범위가 깊이 1m 정도였지만 현재는 5m로 늘어났다.

올해 8월 사업회 자체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태근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장.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제공
올해 8월 사업회 자체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태근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장.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제공
안 교수는 GPR를 통해 유골을 안 의사라고 확인할 수 있는 단서로 4가지를 들었다. △일반 범죄자는 앉은 채로 매장한 반면 안 의사는 누운 채로 매장된 점 △천주교 신자인 안 의사의 금속 십자가가 있다는 점 △당시 사형수는 유리병 안에 이름을 써 넣어 함께 매장한 점 △안 의사가 왼손 약지를 단지한 점 등이 꼽힌다. 2008년 조사에서는 GPR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

GPR 조사는 발굴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고 중국 당국의 거부감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발굴 예정지는 2000m²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300m² 정도만 조사하면 된다고 안 교수는 예상했다.

안 교수는 “유골 발굴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중국과의 발굴 관련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안 의사의 고향(황해도 해주)이 북한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발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의지도 능력도 안 되는 북한 때문에 자꾸 미룰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골이 훼손돼 발굴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국군홍보관리소에서 다큐멘터리 ‘대한국인 안중근’(1990년)을 제작하면서 안 의사 유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1991∼2013년 EBS 프로듀서로 근무하며 ‘대륙에 떨친 민족혼’(2011년) 등 안 의사 관련 다큐를 다수 제작했다. 2011년 3월 사업회를 발족시킨 후 유골 찾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에 걸쳐 중국에 GPR 조사법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해당 지역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안중근#뤼순감독#이토#안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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