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짜리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이 베스트셀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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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 주 인문 분야 4위 기현상… 40, 50대 소장용 구입… 1800부 팔려
국보 70호 원본 모습 최대한 재현… 소비자들 “너무 비싸다” 지적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시된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 25만 원의 고가임에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시된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 25만 원의 고가임에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이 최근 서점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만든 복제본이 9일 출간된 후 일반 독자들에게 ‘예상 밖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복제본은 해례본 진본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기획한 것으로 10월 둘째 주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4위(종합베스트셀러 23위)에 올랐다. 19일까지 1800부 가량 팔렸다. 이 책은 복제본(66쪽)과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한글의 탄생과 역사’(264쪽) 세트로 가격은 25만 원이다. 1만 원 내외의 일반 단행본도 1쇄(2000부)가 팔리기 어려운 현 출판시장 상황에서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복제본 제작을 맡은 교보문고조차 “놀랍다”는 분위기다. 워낙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등 단체들이 교육용으로 약간만 구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교보문고 분석에 따르면 구매 독자들은 주로 중장년층 남성으로 40대 남성(17.2%), 50대 남성(23.3%), 60대 남성(19.1%) 순이었다.

이들은 복제본을 산 이유를 ‘집에 보관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용이 아닌 ‘소장용’ ‘장식용’으로서의 가치가 구매 욕구를 유발한 셈이다. 복제본은 원본의 빛바랜 종이 질감부터 얼룩이나 찢어진 부분까지 재현했다. 또 원본처럼 종이를 반으로 접어 앞뒤로 쓰는 ‘자루매기 편집’, 구멍을 4개 뚫어 노끈으로 묶는 4침 제본형태로 제작했다.

최근 국보급으로 평가받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가 “상주본의 가치는 1조 원에 달한다. 국가가 나서 1000억 원을 보상해주면 상주본을 당장 내놓겠다”고 말해 사회적 이슈가 된 것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복제본이 인기를 끌수록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고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회사원 김모 씨(40)는 “한글의 가치를 널리 보급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면서 25만 원은 너무 비싼 것 같다. 하나 장만하고 싶었는데 가격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책이 정부 후원하에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제작을 후원한 것은 맞지만 제작을 금전적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다. 부처 이름을 빌려준 정도”라고 밝혔다. 교보 측은 종이는 전주에서 공급한 한지만을 쓰는 데다 수작업으로 제본해 순제작비만 12만 원이 들고 마케팅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교보 측은 복제본의 ‘대중 보급판’의 제작,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교보 컨텐츠사업단 신대섭 과장은 “복제본의 디테일을 약간 줄여서라도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훈민정음#해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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