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배 위에서, 기차 안에서… 알래스카 절경을 눈 속에 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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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알래스카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

발데즈와 휘티어 사이의 피오르 해안에 둘러싸인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의 빙하와 빙산. 5월 하순의 모습이다. 빙하 뒤편 설산은 추가치 국가삼림보호지구.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발데즈와 휘티어 사이의 피오르 해안에 둘러싸인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의 빙하와 빙산. 5월 하순의 모습이다. 빙하 뒤편 설산은 추가치 국가삼림보호지구.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알래스카는 바다와 육지에서 제각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배를 타지 않고서는 접근할 수 없는 곳, 그와는 반대로 바다로 이어진 길이 없는 ‘봉쇄된 육지(Land-locked)’가 두루 있어서다.

알래스카 주 남단의 해안을 보자. 복잡한 해안선에다가 그 앞 바다는 크고 작은 섬 1500개(알렉산더 군도)가 포진한 형국. 빙하가 녹으며 상승한 바닷물에 산악이 잠기면서 형성된 피오르 지형이다. 정기페리나 크루즈 선은 이런 해안과 섬 사이를 비집고 다니듯 항행한다. 미국에선 이곳을 ‘내수면 항로(Inside Passage)’라 부른다. 이 내수면 항로의 항구 중 몇몇은 육로로 접근이 불가능한 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알래스카의 주도(州都)인 주노다. 미연방을 구성한 50개 주의 주도 중에 이런 곳은 여기뿐이다.

그런 곳에선 정기페리가 육지와 ‘섬 같은 육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고 소통시킨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도 ‘알래스카 마린 하이웨이 시스템(Alaska Marine Highway System·바다고속도로망)’이라 명명됐다. 이 AMHS는 정밀하면서도 편리하게 짜여져 있다. 터미널과 통항선박(총 11척)은 시설도 우수하지만 안전제일주의로 운항한다. 2년 전 나는 렌터카 여행을 하며 몇 곳을 AMHS로 이동했다. 그 페리여행은 인상적이었다. 선상에서 한가로이 피오르 해안과 숲, 고래와 해달 등 해양 동물을 감상하며 알래스카만의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매킨리봉이 위치한 드날리 국립공원을 찾을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알래스카에선 철도관광도 꽤나 매력적이다. 알래스카 철도는 노선이 단 두 개뿐. 그런데 그 종착점이 모두 항구여서 철도는 ‘바다고속도로’의 연장이다. 그런데 그 철도의 역할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생토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차창을 통해 쉼 없이 선사해서다. 관광철도로도 기능하고 있음이다.

알래스카철도는 여름철(5∼9월)에 식사와 음료서비스까지 포함한 특별관광열차를 운행하는데 열차 자체도 특별하다. 2층은 통유리창으로 된 전망 칸이고 운행 중에 경관지구를 지나거나 야생동물이 보이면 예고 없이 세워 감상할 기회를 준다. 이런 ‘수기정차(手旗停車·Flag stop)’는 현재 미국 내에서 여기 알래스카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자동차와 철도, 정기페리와 크루즈 선으로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방법은 이렇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로 캐나다관통 서부여행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알래스카 주의 내륙거점인 페어뱅크스와 캐나다의 도슨크릭(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을 잇는 장장 2350km 도로. 밴쿠버 항이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알래스카 관문인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 주(미국)와 이웃하고 있다. 따라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경유하면 앵커리지∼시애틀 장거리여행(3644km)도 기획할 수 있다. 그 루트는 캐나다 영토(유콘 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므로 반드시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이 알래스카 하이웨이에서라면 RV(숙식가능 대형차량) 여행이 제격이다. 실제로도 이 도로는 미국의 RV 여행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대개는 2∼4주 일정으로 여행한다. 제철은 5∼8월의 여름. 앵커리지에서 출발한다면 북쪽으로 알래스카 제2의 도시인 페어뱅크스로 가 거기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따라 캐나다 국경을 넘는다.

유콘준주 입경 후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벗어나 북쪽 도슨시티로 가면 1899년 클롱다이크 골드러시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이곳은 골드러시 중심 타운으로 댄서들이 캉캉 춤을 추어대는 서부개척기의 바가 남아 있다.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모텔도 있다.

‘알래스카 하이웨이’ 드라이빙+기차여행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달려 유콘 준주에 들어서게 되면 헤인스정크션을 지나 화이트호스에 닿는다. 유콘강변의 화이트호스는 클롱다이크 골드러시 때 번성했던 곳. 당시 골드러시의 중심타운(도슨시티)까지 500km는 길도 없어 노다지사냥꾼들은 배로 피오르 해안의 주노 혹은 스카그웨이(알래스카 주)에 상륙해 험준한 산악을 넘어 이 화이트호스로 와야 했다. 길이라고는 도슨시티와 화이트호스를 잇는 유콘 강 수로(水路)가 유일해서다. 이들은 화이트호스에서 보트로 이동했다.

한편 스카그웨이와 화이트호스를 오가려면 험산의 고개 ‘화이트호스 패스’(873m)를 넘어야 했다. 1900년에 카크로스(화이트호스 인근)∼스카그웨이 구간(108km)에 산악철도가 개통되며 편리해졌다. 여기도 한여름에는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따라서 카크로스에서 이 철도로 스카그웨이를 경유해 주노를 둘러본 뒤 돌아와 자동차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화이트호스∼스카그웨이 구간엔 도로(관광버스로 3시간 반 소요)도 개통됐다.

헤인스정크션은 주노 근방의 작은 항구마을인 헤인스(알래스카 주)로 이어지는 알래스카 하이웨이의 갈림목. 헤인스정크션의 작은 공항에선 세계에서 가장 큰 클루아니 빙원을 둘러보는 관광용 경비행기가 뜬다.

수어드 하이웨이 드라이빙+페리여행

수어드(Seward) 하이웨이는 미국 정부가 공인한 경관도로 ‘시닉 바이웨이(Scenic Byways)’ 중에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알래스카와 남쪽 수어드를 잇는 203km(네 시간 소요)의 이 도로는 썰물 때 거대한 모래개펄이 드러나는 턴어게인암(팔을 쭉 뻗듯 내륙 깊숙이 파고든 좁고 긴 물길)과 사철 푸른 수풀로 뒤덮인 추가치 산맥(국가삼림보호구역)의 경관이 좌우로 펼쳐져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곳이다. 턴어게인암의 바다에선 지구상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멸종위기근접종인 벨루가(흰고래)의 유영모습도 볼 수 있다.

앵커리지에서 출발한다면 글렌 하이웨이로 발데즈로 가서 유람선에 올라 프린스윌리엄 사운드의 빙하투어를 즐긴다. 그런 뒤 정기페리에 차를 싣고 근방의 항구도시 휘티어로 간다(소요시간 5시간 45분). 페리는 들고남이 복잡한 피오르 해안을 운항하니 감상할 경치도 대단하다. 휘티어에 닿으면 하선해 다시 차를 몰고 거드우드(알래스카 스키리조트)를 경유해 수어드 하이웨이를 따라 앵커리지에 돌아가는 루트를 권한다.

알래스카 철도로 떠나는 드날리 빙하여행


오전 8시 15분 앵커리지 역에서는 페어뱅크스행 열차가 출발한다. 2층 전체가 통유리창인 관광전용열차다. 내릴 곳은 매킨리봉(6193m) 등정대가 입산신고를 하고 장비를 수송하는 마을 타키트나. 이곳에선 드날리 국립공원의 알래스카산맥 설산과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그 설산의 풍광을 상공에서 선회하며 감상하는 경비행기 투어도 여기서 뜨고 내린다. 두 시간의 경비행기 투어 중에는 매킨리봉을 본 뒤 주변의 빙원에 내려 30분간 빙하를 걷기도 한다. 관광열차에선 식사와 음료도 제공한다. 오두막 20여 채뿐인 타키트나 마을엔 100년쯤 된 소박한 식당(로드하우스)도 있고 고급호텔도 있다.

한여름의 최고여행 알래스카 크루즈

미국의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는 밴쿠버의 빅토리아 섬(브리티시컬럼비아 주·캐나다)을 경유해 알래스카의 내수면 항로를 운항한다. 항로는 캐치캔, 트레이시암 피오르, 주노, 스카그웨이(러시아제국 영토 당시의 주도). 출발항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이상 미국), 밴쿠버. 5∼9월 중 수시로 떠나며 7일과 10일의 다양한 일정(5개)이 있다.

▼ Travel Info ▼

항공: 인천을 오가는 직항편이 없으므로 시애틀 경유 앵커리지행(3시간 소요) 이용.

관광: ◇알래스카 : www.travelalaska.com ◇알래스카북부 : www.northalaska.com

교통: ◇시닉 바이웨이 : 미국연방정부가 공인하는 ‘아름다운 샛길’로 도로는 물론 철도와 뱃길도 포함된다. www.byways.alaska.gov ◇알래스카 마린 하이웨이 시스템: www.ferryalaska.com ◇알래스카철도 : www.akrr.com, www.alaskarailroad.com

프린세스 크루즈: 모두 5개 코스가 있는데 ‘트레이시암 피오르’(시애틀 출발 도착·7일 일정)는 74만9000원(2인 1실 중 1인 요금·세금 및 항만비용 24만 원과 항공료 별도)부터. 한글 홈페이지(www.princesscruises.co.kr)에 상세 정보.

1899년 클롱다이크 골드러시를 상징하는 알래스카 주의 자동차번호판.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1899년 클롱다이크 골드러시를 상징하는 알래스카 주의 자동차번호판.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49번째 별이 되다 ▼

알래스카 이야기

‘로어 포티에이트(Lower48).’ ‘내 밑으로 48개’란 이 말, 하와이 주를 뺀 미국 본토 49개 주 중에 알래스카 남쪽의 48개 주를 지칭하는 조어다.

알래스카가 러시아 땅이었고 미국이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산 것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러시아 황제 차르가 왜 이곳을 이렇게 헐값에 팔았는지 그 배경까지 아는 이는 드물다. 크리미아 전쟁(1853∼1856)을 치르던 중 러시아는 영국이 전쟁을 빌미로 알래스카를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눈치 챈다. 그래서 선수를 쳤다. 영국이 사겠다면 싸게 주겠다고. 씨도 안 먹힐 제안에 영국은 당연히 거절했고,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잽싸게 미국에 팔았다.

하지만 매각과정은 지난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발발하며 협상이 중단됐다. 종전 후 협상을 재개했지만 링컨 대통령이 암살(1865)당하면서 주춤거리다 1867년에야 미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종지부를 찍는다. 그런데 그 결정은 당시 미국서 환영받지 못했다. 수어드 장관을 ‘바보 수어드’라고 부를 정도였다.

뉴욕의 맨해튼에는 그런 비난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있다. 매디슨스퀘어파크의 수어드 장관 동상이다.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은 이 동상은 링컨기념관에 있는 정좌한 링컨동상의 아류(亞流)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링컨 것에 비해 격이 한참이나 떨어진다. ‘바보 수어드’를 암시한다.

알래스카의 남단해안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 국경선은 매우 특이하다. 자를 대고 그은 듯한 다른 국경선과는 딴판이다. 남단은 험준한 산악이 빙하가 녹아 상승한 수면에 잠긴 피오르 지형. 섬도 1500개나 된다. 국경선은 그 해안가만 따른다.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는 그 피오르 해안에 있다, 러시아 영토였던 시절의 주도 시트가도 거기다. 주변의 스카그웨이 헤인스 등 항구 역시 모두 미국 영토다. 국경선이 꼬불꼬불하게 된 것은 이런 항구를 몽땅 미국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해 긋느라 그리됐다. 그 바람에 이웃한 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바다를 갖지 못한 채 미국에 의해 봉쇄당한 형국이 돼 버렸다.

캐나다는 나중에 이에 대해 복수한다. ‘알래스카 하이웨이(위싱턴 주∼알래스카 주)’를 건설할 때다. 이 길은 일본이 진주만 공습에 이어 알류산열도(알래스카 주의 최서단)를 폭격하자 미국이 전면지상전에 대비해 알래스카로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부랴부랴 만든 군사도로다. 이 도로는 유콘 준주와 브리시티컬럼비아 주를 관통할 수밖에 없어 캐나다의 동의를 구해야만 했다. 이때 캐나다는 종전 후 도로소유권을 갖는 조건을 제시해 받아들여졌다. 바다에서 뺏긴 길을 지상에서 되찾았다고나 할까.

알래스카 여행길에는 이렇듯 호기심을 자극할 수많은 이야기를 만난다. 빙산과 빙하, 빙원 등 1만 년 전 빙하기 모습은 물론 매킨리봉(6193m)과 세인트엘리아스봉(5489m) 등 북미대륙 최고와 두 번째 봉우리가 있는 거대한 설산, 그리고 돌고래와 고래, 벨루가, 해달 등 해양 동물과 무스 회색곰 불곰 등 육상동물을 자연에서 조우할 수 있다.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넓지만 주민 수는 세 번째로 적은 알래스카. 그래서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이 지천이다. 한여름인 5∼9월엔 낮이 18시간(앵커리지 기준)이나 되니 여행자에겐 천국. 게다가 건조하고 선선하니 더더욱 환상적이다.

알래스카=조성하 전문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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