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2세 둘리, 고향 쌍문동에 내집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7월 10일 ‘둘리 뮤지엄’ 개관
해골기사 버스-거대 물고기 등 원작 스토리 따라 각종 체험 가능

1983년 4월 22일 만화잡지 ‘보물섬’을 통해 태어난 ‘아기공룡 둘리’가 만 서른두 살인 올해 집을 장만했다. 다음 달 10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둘리 뮤지엄’이 문을 여는 것이다. 어린이 친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둘리 뮤지엄을 미리 둘러봤다.

24일 서울지하철 4호선 쌍문역 4번 출구로 나와 약 20분 걸어 쌍문근린공원에 이르자 둘리 뮤지엄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상 3층, 지하 1층인 뮤지엄(총면적 4132m²) 입구에는 둘리 희동이 도우너 또치 등 캐릭터 상징물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둘리를 보고 자란 기자에게 마치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음 달 10일 문을 여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둘리 뮤지엄’(위쪽 사진). 아이들이 직접 만지며 놀 수 있는 체험시설이 가득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다음 달 10일 문을 여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둘리 뮤지엄’(위쪽 사진). 아이들이 직접 만지며 놀 수 있는 체험시설이 가득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둘리는 왜 쌍문동을 택했나

도봉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둘리 명예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은 ‘둘리’, 본관은 지역에서 딴 ‘도봉(道峰)’이다. 둘리가 강아지도, 너구리도 아닌 케라토사우루스라는 설명도 있다. 물론 둘리를 기념하기 위한 ‘우스개 증명서’다. 그러나 도봉구가 2011년 이 증명서를 발급하자 경기 부천시가 ‘발끈’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위치한 부천시는 2003년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정해 주민등록증을 발급했기 때문이다. 두 자치단체 사이의 논란은 원작자인 김수정 작가가 “둘리의 고향은 쌍문동”이라고 교통정리를 하면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만화 어디를 봐도 둘리의 집(정확히는 고길동의 집) 주소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 왜 쌍문동인가? 작품 속에 힌트가 있다. 간혹 ‘쌍문슈퍼’라는 이름의 가게가 나오고, 권투를 배운 고길동이 본인을 ‘쌍문동 하이에나’로 소개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둘리 집필 당시 쌍문동 우이천변에서 살기도 했다. 작품 초입 둘리가 구조된 하천의 배경이 우이천인 것이다.

○ 둘리 뮤지엄은 아이들의 천국

2006년부터 추진돼 무려 9년 만에 완공된 둘리 뮤지엄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 구성에 각종 체험 공간까지 빼곡하다. 1층에 들어서면 빙하 모형 속에 잠자고 있는 둘리를 볼 수 있다. “둘리야”라고 부르면 음성을 인식해 둘리가 살포시 눈을 뜬다. 1996년 개봉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의 이야기를 따라 거대한 물고기 속도 들어가 보고, 해골 운전사가 운전하는 버스도 탈 수 있다. 2층에선 아프리카 정글, 이집트 피라미드 등을 배경으로 하는 둘리의 모험을 따라갈 수 있고, 3층에는 거대한 문어를 비롯해 아이들이 뛰어놀 실내 놀이터가 있다. 또 1층에는 즉석사진을 찍는 공간, 2층에는 둘리 주제가를 부르는 노래방이 있다. 지하 1층에는 75석 규모의 3차원 입체영화관이 있다.

어른 걸음으로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족하지만, 아이와 함께 온다면 한나절도 부족할 것 같았다. 옥성수 관장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시간제한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웃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설물이 어린이 눈에만 맞춰진 탓에 유명 캐릭터를 앞세운 다른 어린이 테마파크와 별 차이점이 없다. 몇 장의 원화를 빼고는 30년 넘은 ‘고전만화’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둘리에 대한 향수가 많은 어른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입장료는 12개월부터 12세까지 7000원, 13세 이상 5000원. 02-990-220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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