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훌륭한 한 인간과 그가 살고자 했던 삶… 기록한 값진 기념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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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생각한다/토니 주트,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조행복 옮김/
520쪽·2만5000원·열린책들

“토니는 학계의 싸움꾼으로 이름을 알렸다. 토니의 위치는 진실이 아니라 재판을 이기는 것이 목표인 변호사의 자리에 있었다. (…) ‘20세기를 생각한다’는 대단한 책이 아니다.” 역사학의 거인 에릭 홉스봄이 죽기 8개월 전인 2012년 4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은 ‘20세기를 생각한다’ 서평 중 일부다. 지은이 토니 주트가 마르크스주의자인 홉스봄에게 “가슴을 치며 당신이 실패했음을 대중 앞에 실토하라”고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 해도 짜디짠 평가다.

사회민주주의적 자유주의자로서 공산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한 지은이 주트는 책에서 21세기의 시장 만능주의도 비판한다. 주트는 “독재와 폭력, 권위주의와 인권 억압은 사라졌으며 21세기는 최소화된 국가 안에서 모두가 세계화의 혜택을 입고 시장이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20세기의 교훈과 기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라고 묻는다. 국가의 개입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논리는 ‘정치적 자폐성’에 불과하고 영국과 북구의 복지국가에서 보듯 오히려 파시즘을 막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주트가 역사가로서의 명성이 정점에 달하던 2008년 루게릭 병 진단을 받은 뒤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주트의 지적 전기와 함께 20세기 정치사상의 한계와 도덕적 실패에 대한 사색이 담겼다. 앞서 소개한 홉스봄의 서평은 이렇게 끝맺는다.

“그렇지만 이 책은 현대의 역사가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훌륭한 한 인간과 그가 살아내고자 했던 삶을 기록한 값진 기념비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세기를 생각한다#토니 주트#시장 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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