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시청률 지상주의가 막장극 온상”

  • 동아일보

방심위, 저품격드라마 개선 토론회… 향후 강도 높은 제재-대응책 추진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저품격(막장)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저품격 드라마의 원인으로 방송사의 편성 문제를 지적하며 얘기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저품격(막장)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저품격 드라마의 원인으로 방송사의 편성 문제를 지적하며 얘기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른바 ‘저품격(막장)’ 드라마에 대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최근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 ‘왔다 장보리’, KBS ‘뻐꾸기 둥지’ 등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방송 심의의 주요 현안으로 등장하자 방통심의위는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제재와 대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심의위는 그 일환으로 한국방송비평학회와 공동으로 1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방송계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청률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방송사의 태도가 저품격 드라마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라 계속 저품격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는 시청자가 좋아한다거나 작가들이 자극적으로 쓴다는 식으로 면피하려 하지 말고 편성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세대별,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사적 복수를 용인하며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일상화하는 이 드라마들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작가들이 왜 저품격 드라마 집필의 유혹에 빠지는지 고충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대표적 저품격 드라마 작가가 데뷔 직후 정상적 시놉시스를 방송사에 여러 번 제출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자 결국 독하고 비상식적 줄거리로 편성을 받아냈다”며 “이후 다시 정상적 내용의 드라마를 냈으나 ‘종전대로 해라’라는 방송사의 종용에 결국 막장 드라마만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작가의 책임도 있지만 좀 더 강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원하는 방송사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방송사의 태도 때문에 좋은 드라마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품격 드라마의 범람은 드라마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는 방송사의 전략도 한몫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명환 숭의여대 자문교수는 “지상파 4개 채널의 드라마 편수가 1주에 21편으로 과다하고 연속극 일변도로 획일화되면서 차별화, 돌출화를 위해 선정성 폭력성 엽기성이 가속된다”고 말했다.

한정희 방통심의위 연예오락특별위원회 위원도 “매주 40분씩 5편이 방영되는 일일드라마 편성 등이 대한민국 드라마의 가장 큰 병폐”라며 “사전 제작과 드라마 횟수 및 방영시간 축소로 완성도와 개연성이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토론회#시청률 지상주의#막장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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