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에 말레이시아 관객들 폭소…“‘와우!’ 놀라 턱 빠질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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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칼로는 안 되겠어, 당장 바다에 던져버리세~”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선웨이푸트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정동극장의 ‘배비장전’ 공연. 배비장이 갇힌 궤짝을 관원들이 동헌으로 가져온 뒤 짐짓 바다에 던지는 것 같은 시늉을 하자 말레이시아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의 주인공 배비장은 제주해협을 건너간 뒤 위선 때문에 조롱을 받았지만 정동극장의 공연 ‘배비장전’은 태평양을 건너가 현지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정동극장은 판소리와 전통창작무용, 전통연희 요소를 결합시켜 고전소설을 현대적 퍼포먼스로 재구성한 ‘배비장전’을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공연했다. 국내를 찾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을 겨냥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날 객석 850석이 가득 찼다. 배비장의 부임을 축하하는 사물놀이가 펼쳐지자 관객들이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애랑이 배비장을 유혹하며 한국적인 춤사위를 펼치자 숨을 죽인 채 애랑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배비장을 놀리는 방자, 배비장과 기생 애랑과의 ‘밀당’ 등 주요 포인트마다 웃음이 터졌다.

젊은 관객이 많았다. 관객 엠제이 송 씨(22·대학생) 씨는 “‘와우!’ 하고 놀라 턱이 빠질 뻔했다”며 “한국 전통문화를 처음 접했는데 음악과 춤의 어우러짐이 멋졌다”고 말했다. 완군 씨(21·대학생)는 “언어를 거의 쓰지 않고 움직임으로만 소통하는데도 이야기가 이해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현지의 여행 박람회 ‘마타 페어’(MATTA FAIR)를 앞두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도 60여명이 공연을 봤다. 관객 발레리 추이 씨(26)는 “한국에 놀러 가면 이 공연을 꼭 다시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 20여 곳이 공연을 취재했다. 방송사 TV8의 리포터 크리스티나 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높은 케이팝 덕분에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높아져 취재왔다”고 말했다. 버나마TV의 콘월 기자는 배비장 아내의 판소리를 듣고 “소리의 높낮이 변화와 흐름이 독특했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정현욱 정동극장장은 “과거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보편적 공감을 얻도록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양식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한 것 같다”며 “국내에선 극적 서사를 더욱 강화한 새로운 ‘배비장전’을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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