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속에도 ‘행복찾기’…이해인 수녀 시집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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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서시’에서)

이해인 수녀가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열림원)을 냈다. 16년 전 출간했던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의 개정판이라지만 신작시 35편도 함께 묶여 110편의 작품이 실린 시집은 두툼하다.

2008년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겪은 그다. 새로 실린 작품 중에는 병마와 벗한 경험을 짐작케 하는 시편들이 보인다. 가령 ‘병원에서’ ‘아픈 날의 일기’ 등이 그렇다. ‘병원에서 나의 소망은/ 나날이 작아지고 있네// 그저 숨을 쉬는 것만도 감사하면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네’(‘병원에서’) ‘내 몸속에 들어간/ 독한 약들이/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동안 나는 아프고// 내 혼 속에 들어간/ 이웃의 어떤 말들이/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동안/ 나는 슬프고’(‘아픈 날의 일기’에서).

쉽고 평이한 언어로 쓰였지만 마음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시어의 직조(織造)가 빛난다. 칠순을 넘겼음에도 작은 것, 작은 일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생기발랄한 작품들도 반갑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때가 바로 봄이라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순간이 곧 행복한 봄이라고” 고백한다. 육체의 고통과 고단한 사회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결국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는 깨달음이 시에도 담겨 있다.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내게 말했습니다/ ’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 마음속에 사랑이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천국이군요/ 놓치지 마세요!‘(’어느 날의 일기‘에서)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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