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Activity]차디찬 바닷바람 온몸으로 가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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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린다, 저 뜨거운 일출을 향해
네파 아웃도어스쿨과 함께하는 라이딩

《 겨울 바다는 힘이 있어 좋다. 특히 동해는 더욱 그렇다. 하늘을 닮은 푸른빛에도, 바위에 닿아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에도 겨울 바다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해(冬海)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발걸음을 옮긴 곳은 강원 고성군의 대진항. 통일전망대와 500여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우리 땅의 북쪽 끝이자, 동쪽 끝.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지금, 이보다 의미있는 곳이 또 있을까. 나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붉은 태양을 꿈꾸며 겨울 바다를 달릴 것이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시즌2, 그 다섯 번째 도전은 선라이즈라이딩이다.》

본격적인 라이딩에 앞서 네파 홍보대사인 조휘만 강사로부터 1박 2일에 걸쳐 진행될 라이딩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코스는 이곳 고성 대진항에서 낙산해수욕장을 잇는 60여 km 구간. 첫날은 전체 코스의 3분의 2 지점인 속초해수욕장까지, 다음 날은 일출시간에 맞춰 속초해수욕장에서 낙산해수욕장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단, 첫날 일정은 도로 사정과 일몰시간을 고려해 운영에 여유를 두기로 했다. 완주만큼이나 참가자들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강사는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기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다치지 않고 오래 타는 사람’이라는 말로 라이딩에 있어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했다.

체격이 작은 여성 참가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자전거를 지급했다. 자전거의 크기를 결정하는 탑튜브의 길이를 고려해서다. 자전거 선택에 있어 탑튜브가 중요한 건 안장에 앉아 핸들을 잡았을 때, 그 길이에 따라 상체의 숙임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라이딩 시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체 각도는 30도 내외. 키가 작은 사람이 긴 탑튜브의 자전거를 타게 되면 상체의 적정 각도를 유지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안장 높이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골반 높이로 맞추면 되지만, 안장에 앉은 상태에서 페달을 가장 아래로 내린 뒤 발 뒤축에 페달이 닿도록 조절하는 게 보다 확실하다.

겨울 라이딩에서는 타이어 공기압과 야간 라이딩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공기압은 낮은 노면 온도를 감안해 50psi에 맞췄고, 핸들바에 장착한 랜턴의 작동 여부도 꼼꼼히 점검했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 참 오랜만이다. 아마 대학에 입학한 뒤 지금까지 자전거에 몸을 실은 건 열손가락으로 꼽고도 남을 듯싶다. 내가 자전거를 처음 탄 건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0세 무렵. 아버지를 따라 나선 학교 운동장에서였다. 아버지는 동네 자전거방에서 조그마한 자전거 한 대를 빌려왔고 그 자전거가 내가 처음 타본 자전거였다. 아니 탔다기보다는 앉아 봤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게다. 그날 나는 단 한 번도 내 힘으로 자전거를 제대로 움직여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내 소유의 자전거가 생기기 전까지는 자전거방을 제집 드나들 듯했고, 자전거가 생긴 뒤로는 등하교는 물론이고 문밖을 나설 때면 늘 자전거를 끌고 다녔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라이딩 대열은 화진포호를 지나 거진항으로 접어들었다. 잠시 멀어졌던 바다가 다시 성큼 다가섰고, 파도소리도 한결 가까워졌다. 바위에 닿아 부서지는 하얀 포말은 보는 것만으로도 겨울 바다의 힘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눈이 호강하는 동안 팔다리가 감수해야 할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매서운 바람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맞바람이라도 불면 입에선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대진항에서 화진포해수욕장을 거쳐 거진항에 이르는 대부분의 구간이 오르막 없는 평지였다는 점. 그래도 적절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거진항이 바라보이는 공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달콤한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눈에 띄게 짧아진 해 때문이었다.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하늘은 그새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노루꼬리만큼 남아 있던 햇살도 산 그늘에 묻혀버렸다.

어둠은 생각보다도 빨리 찾아들었다. 거진항을 출발해 고성 시내로 접어들 즈음에는 라이트를 켜지 않고는 주행이 힘들 정도로 사위가 어두워졌다. 선두와 후미의 지원차량이 비상등과 경광등으로 참가자들의 안전 주행을 유도했고, 참가자들도 속도를 줄이며 주행간격을 좁혔다. 해가 지면서 바람은 더욱 강해졌고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겨울철 도로 곳곳에 지뢰처럼 숨어 있는 작은 빙판들. 블랙아이스라고 불리는 이들 빙판은 겨울철 라이딩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라이딩에서는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치명적인 존재다. 조 강사가 더이상의 라이딩은 무리라고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고성 대진항을 출발한 지 3시간, 38km를 달려온 시점이었다. 첫날 일정은 그렇게 아쉬움 속에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속초해수욕장의 새벽 공기는 투명했다. 하늘엔 별도 제법 보였다. 멋진 일출을 기대하게 만드는 좋은 징조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기꺼이 자전거에 싣고 페달에 힘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도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르막 없는 평지가 이어졌다. 가끔은 내리막도 나왔다. 묵직했던 다리는 몇 번의 페달링으로 다시 재기능을 회복한 듯 가벼워졌다.

낙산해수욕장은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방파제로 자리를 옮겨 일출을 기다려 본다. 바닷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조금씩 밝아오는 동쪽하늘의 기운 때문인지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제의 어둠만큼이나 새로운 날의 밝음도 순식간에 찾아들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있어 다시 떠나올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날, 언젠가 만나게 될 그날의 멋진 일출을 기대하며 다시 한번 페달에 힘을 준다.

▼네파 홍보대사 조휘만 강사가 전하는 초보 가이드▼

철저한 준비운동

라이딩 전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은 필수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는 심장에서 먼쪽의 관절부터 충분히 풀어주는 게 좋다.

보온에 신경을 쓰자

동계라이딩은 혹한과의 싸움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신발은 등산화처럼 보온기능이 탁월한 걸 선택하고, 장갑은 스키용 장갑을 추천한다. 양말을 두 겹으로 겹쳐 신는 것도 요령이다.

야간 라이딩을 대비한 준비는 철저히

핸들바에 장착할 수 있는 라이딩용 랜턴은 기본이고, 가능하면 헤드랜턴 하나 정도는 여유분으로 챙겨두는 게 좋다. 옷은 밝은 색으로 입고, 발광재킷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네파 아웃도어스쿨 시즌2▼

일곱 번째 여정은 ‘Winter backpacking’입니다. 네파 익스트림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서화 대장님과 함께 ‘강원도 선자령 백패킹 & 비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정은 2015년 2월 28∼3월 1일이며, 참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2월 22일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프로그램의 장소는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네파 아웃도어스쿨은 매월 각 분야 최고 전문가와 함께 아웃도어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school.nepa.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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