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울고 웃게 해줘 ‘고마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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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문화계 되감아 보기]<3>지친 삶 위로해준 드라마-예능의 그들

《 2014년 방송계는 불황에 허덕였다. 2월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4월 세월호 참사 후엔 아침 주말 일일 드라마를 제외한 드라마 대부분이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5∼10월 방영돼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정도가 예외였다. 10월 방영을 시작한 tvN ‘미생’은 러브라인이나 출생의 비밀 없이도 히트한 드라마로 꼽히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예능도 강호동 유재석이 나오는 프로조차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다. KBS ‘1박 2일’은 10%대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MBC ‘무한도전’은 멤버 길과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잇따라 하차하며 우울한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시청률도 낮고 화제작도 드문 한 해였지만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해준 고마운 존재들이 없진 않았다. 》

△욕해줘서 고마워=2014년의 문은 ‘별그대’가 열었다. 주인공 천송이 역의 전지현은 “븅자(병자)년에 쭉빵(죽방)을 날릴∼” 같은 차진 욕설과 푼수 연기로 여배우 전지현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안겼다. 립스틱부터 치킨까지 그가 바르고 입고 먹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되며 중국에서까지 별그대 열풍을 일으켰다.

△‘잘못된 만남’ 고마워=
KBS 정통사극 ‘정도전’의 조재현(정도전), 유동근(이성계), 임호(정몽주). ‘명대사 제조기’였던 박영규(이인임)도 인상적이었지만 극은 3인방이 끌고 갔다. 특히 정도전을 제 사람으로 만들며 정몽주도 놓지 않으려던 이성계의 ‘밀당 스킬’이 돋보였다.

△악 써줘서 고마워=MBC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연민정). 이유리 본인조차 “연민정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캐릭터였지만 그가 데시벨을 높일수록 시청자들의 막힌 가슴은 확 뚫렸다.

△아빠 양복 입어줘서 고마워=
tvN ‘미생’의 임시완(장그래). 몸에 안 맞는 구식 아빠 양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한 그의 뒷모습이 화면에 비치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왜소한 체격과 처연한 눈빛은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는” 장그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삼시세끼’ 챙겨줘서 고마워=나영석 PD는 올 한 해를 tvN ‘꽃보다’ 시리즈로 시작해 ‘삼시세끼’로 마무리했다. 출연자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시골집에서 함께 먹고 잔다는 무지 평범한 소재를 적절한 캐스팅에 깨알 같은 편집으로 버무려 맛난 프로를 만들어 냈다.

△‘투잡’ 뛰어줘서 고마워=불황의 여파일까, 작가가 자기 프로에 출연하거나 배우가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투잡’족이 유난히 많았다. tvN의 ‘SNL’에 고정 출연하며 CF까지 찍은 유병재 작가가 투잡족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흔들어줘서 고마워=올해의 ‘대세 예능인’은 이국주다. 배우 김보성의 ‘의리’를 ‘으리’로 재해석하고 ‘먹방’ 트렌드에 맞춘 유행어 ‘호로록’으로 인기를 끌었다. 출렁이는 뱃살을 의식하지 않는 그만의 춤사위는 시청자들도 흔들어 놓았다.

△똑똑해서 고마워=
tvN ‘더 지니어스-블랙 가넷’의 장동민. 데뷔 10년 차인 그는 순박하고 어눌한 이미지를 벗고 호통과 막말로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했다. 지니어스에선 화려한 스펙의 출연진을 압도하는 두뇌 회전과 상황 장악력으로 게임을 지배하며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반듯해서 고마워=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송일국의 삼동이 대한, 민국, 만세. MBC ‘아빠! 어디가?’의 아류라는 비판 속에 출발한 ‘슈돌’의 인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형제끼리 아끼고 배려하는 의젓함은 특히 엄마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너희가 어른보다 낫다!”

△특별상 ‘그동안 고마웠어요’=고(故) 배우 김자옥.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11월 별세한 그를 “우리 세대의 애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추모했다. 1970년대 멜로 연기의 1인자였던 고인은 1990년대 ‘공주는 외로워’를 부르며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폐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던 그에게 전한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별그대#정도전#장보리#미생#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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