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 서울대 교수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인재 키울겁니다”

  • 동아일보

인문학 교실 ‘건명원’ 창립 주도 배철현 서울대 교수
40, 50대 교수 7명 뜻모아 설립… 2015년부터 15∼25세 학생 선발
“高강도 수업… 단 한명 남아도 계속”

“건명원(建明園)은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이란 뜻입니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안 다녀도 좋으니 삐딱하지만 사물을 직시할 수 있는 학생을 뽑아 가르칠 겁니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사진)는 1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열린 건명원 창립 포럼에서 창립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건명원은 젊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학 강의기관으로 오정택 두양문화재단 회장이 전적으로 후원한다. 배 교수를 비롯해 설립 취지에 동감한 김개천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등 7명이 강의한다. 이들은 학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40, 50대 젊은 교수다.

배 교수는 건명원 설립 취지 중 하나로 ‘사선(斜線)’을 강조했다. 그는 “건명원은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며 “남들이 보는 식, 남들이 강요한 시각이 아닌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은 내년 1월 15∼25세 학생 30여 명을 교수들의 면접으로 선발한다. 수강생들은 오 회장이 마련한 가회동 한옥에서 내년 3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공부하게 된다. 배 교수는 “도덕경을 통째로 외우게 할 정도로 강도 높게 수업한다. 다들 낙오하고 단 한 명만 남아도 계속한다”고 했다.

수업 방식과 평가 방법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해외 유명 석학을 초청해 일반인 대상 공개 강연도 연다. 오 회장은 학기가 끝나면 우수한 학생을 선정해 한 달 동안 세계 일주 비용을 대줄 계획이다.

건명원은 인재상을 규격화하지 않을 방침이다. 배 교수는 “건명원 출신이 어떤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스스로 행복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인재를 키우고 싶다”며 “한국 사회에 건명원 같은 곳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건명원#인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