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의 1막 장면 중 하나로 경찰청장 스카르피아가 사람들에게 정치범 안젤로티의 탈옥 사실을 알리는 순간이다. 무대 배경으로 등장한 형 그림은 실제로 로마에 위치한 성 안드레아 성당 천장에 그려진 ‘천국과
낙원’을 표현한 것이다. 솔오페라단 제공
올여름 굳이 로마에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로마 오페라극장 무대를 그대로 옮긴 오페라 ‘토스카’를 즐길 수 있다.
114년 전통을 지닌 로마 오페라극장의 오페라 ‘토스카’가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로마 오페라극장과 솔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하고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토스카’는 로마 오페라극장의 무대, 의상, 소품, 조명 등 무대를 통째로 들여온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가 종신 음악감독으로 있는 로마 오페라극장은 1900년 1월 14일 오페라 ‘토스카’를 초연한 곳이다.
이 작품은 1800년 6월 로마를 배경으로 살인, 강간미수, 고문, 자살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작곡가 푸치니(1858∼1924)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오페라로 자리매김한 토스카는 총 3막으로 구성됐으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호색한인 경찰청장 스카르피아,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소프라노로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 그리고 토스카의 연인이자 정치범으로 스카르피아에게 체포된 카바라도시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무대에서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33)은 감동적인 울림을 선사하는 성악가로 손꼽힌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히는 라 스칼라 극장의 메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토스카의 매력은 푸치니의 웅장한 음악과 인간의 고통, 기쁨, 욕망을 담은 현실적인 주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한 부분이 아닌 2막 전체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스카르피아는 권력을 악용해 토스카를 차지하려 하고, 토스카는 사랑하는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스카르피아에게 몸을 맡기는 척한다”며 “이 대목에서 음악과 연기자들의 감정이 어우러져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고 했다.
토스카 역에는 소프라노 루이젤라 데 피에트로, 카바라도시 역에는 뮌헨 국립극장, 베네치아 국립극장 등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테너 레오나르도 그라메냐가 캐스팅됐다.
지휘를 맡은 파비오 마스트란젤로(49)도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같은 세대의 지휘자들 중에서 유망한 젊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홀 극장장과 예술감독, 상트페테르부르크 카메라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노보시비르스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작곡가 푸치니가 예술적인 역량이 전성기일 때 토스카의 다양한 노래를 작곡해 토스카는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라며 “불협화음을 사용해 극 전체의 불안과 공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곡을 즐기는 것도 재미”라고 강조했다.
로마 오페라극장 무대를 그대로 옮겨오는 이번 공연에서 무대 장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1막 무대인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제네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벽은 실제 로마의 명소이자 역사적인 장소를 본떠 만든 것이다. 오페라를 즐기며 로마의 명소를 간접적으로나마 관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성 안드레아 성당의 벽화를 재현한 대형 그림은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채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22,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29만 원. 1544-9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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