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별한 아내를 향한 ‘사랑과 영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지음·최세희 옮김/208쪽·1만2800원·다산책방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년)로 맨부커상을 받은 영국 작가의 최신작으로, 2008년 뇌종양을 앓다가 타계한 아내에 대한 추모를 담아 쓴 자전적 에세이다. 원제는 ‘삶의 층위(Level of Life)’로 세 편의 짧은 이야기(‘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를 엮었다. 각각 하늘과 땅, 지하에 대한 이야기다.

세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는 모티브를 공유한다. ‘비상의 죄’에 등장하는 폴 나다르는 19세기 열기구 비행과 사진 기술을 결합시켜 그동안 신의 전유물이었던 하늘에서 본 세계라는 ‘관점’을 인간에게 선사한 최초의 인물로 그려진다.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영국군 장교 프레드 버나비의 로맨스를 그려낸 ‘평지에서’는 운명적 사랑 앞에 비상을 꿈꿨지만 끝내 함께할 수 없었던 남녀의 이야기로 사랑의 본질이 비탄에 있음을 말한다.

앞선 두 이야기는 작가 반스와 아내의 이야기 ‘깊이의 상실’을 이해하는 열쇠다. 아내의 죽음 앞에 비탄에 빠진 반스는 몇 년째 꿈속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죽은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며 아내를 놔주지 못한다. 베르나르와 버나비 커플이 실패한 결합(결혼)엔 성공했지만 아내의 사별로 느끼는 반스의 감정은 버나비의 비탄과 다를 게 없다. 나다르에서 시작된 신의 추방으로 인해 ‘저승’이나 ‘내세’에서의 재회 같은 종교적 구원에도 기댈 수 없는 처지를 슬퍼하는 문장이 절절하다. 사랑과 비상, 상실과 추락이 교차하는 시적 구성이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다양한 층위를 대면케 해준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사별#자전적 에세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