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인세 최소 10억원?… 하루키 흥행불패 이번에도 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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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여자가 없는 남자들’ 국내 출간 놓고 출판계 판권경쟁 신중모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왼쪽부터 ‘1Q84’, ‘색채가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신작 ‘여자가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왼쪽부터 ‘1Q84’, ‘색채가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신작 ‘여자가 없는 남자들’.
“최소한 ‘한 장(1억 엔·약 10억 원)’은 줘야 한다.”

최근 출판계에 떠도는 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사진)의 신작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번역 출판권을 둘러싼 국내 출판사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선(先)인세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선인세는 인세 가운데 계약금 성격으로 미리 지급하는 금액을 뜻한다.

‘여자가 없는 남자들’은 하루키가 9년 만에 내놓은 단편소설집. 지난달 18일 일본에서 출간됐다. 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연인과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들을 다뤘다. 이 책의 판권을 확보하려는 국내 출판사들은 선인세 조건뿐 아니라 하루키의 마음을 살 만한 마케팅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1Q84’(2009년)를 출간한 문학동네는 ‘중국행 슬로보트’ 등 여러 편의 하루키 단편소설 개정판을 지난달부터 연달아 출판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신작과 단편소설 개정판으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겠다는 것.

‘상실의 시대’(1989년)를 낸 문학사상사도 국내 에이전시에 의뢰해 신작을 입수하고 분석 중이다. 문학사상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하루키 작품을 출간한 점을 내세울 생각이다.

김영사의 문학 임프린트인 비채 역시 “앞으로 어떤 하루키 작품을 출판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도쿄기담집’ 새 번역본과 하루키 대담집을 7월에 낸다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출판계의 최대 화제였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펴낸 민음사가 이번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시각이 많다. ‘여자가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단편 중 한 작품(드라이브 마이 카)이 민음사가 발행하는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실렸기 때문이다. 민음사는 “계간지 계약과 단편소설집 계약은 별개”라면서도 “출판계 전망처럼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루키 작품은 저작권 거래를 대행하는 일본 사카이 에이전시가 번역출판 입찰제안서를 공고하면 국내 출판사가 입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사카이 에이전시는 이달 말까지 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엔 ‘색채가 없는…’의 입찰 경쟁이 과열된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학사상사의 윤혜준 해외문학담당 팀장은 “‘지르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 과도한 경쟁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일본에 한국 출판사는 봉”이라며 “정작 국내작가 선인세는 많아야 5000만 원인 점을 생각해 자중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하루키 파워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경쟁을 누그러뜨릴 요소다. 은행나무의 주연선 대표는 “‘상실의 시대’로부터 시작된 하루키 세대가 이제 40, 50대가 돼 소설 주 독자층에서 멀어진 반면 주 소설구매층인 20, 30대에게 하루키는 과거만큼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채의 장선정 편집장은 “막판에 의외의 출판사가 큰 액수를 베팅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무라카미 하루키#여자가 없는 남자들#선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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