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뉴요커 포토멘터리… 사진 한장 한장 말풍선 달린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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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 오브 뉴욕/브랜던 스탠턴 글·사진/박상미 옮김/360쪽·1만7800원·현대문학

뉴욕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 현대문학 제공
뉴욕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 현대문학 제공
천진한 얼굴로 거리에 누운 한 남자의 사진. 저자는 그 사진 위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그는 비록 노숙자였지만 내가 사진작가로서 재능이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미국 시카고 거래소에서 채권중개인으로 일하던 저자는 2010년 1월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사진 찍기에 빠져들었다. 그해 7월 직장을 잃은 뒤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대륙 횡단 사진 투어를 떠났다가 뉴욕에서 그 여름을 다 보내고 만다. 피사체는 뉴욕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는 뉴욕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더해 인터넷에 올렸다.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그의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휴먼스 오브 뉴욕’ 페이스북은 현재 팔로어가 416만 명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은 ‘휴먼스 오브 서울’ ‘휴먼스 오브 스페인’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도 여럿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이의 얼굴 사진을 유심히 바라본다. 제각각의 사연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삶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클로즈업한 할머니의 얼굴은 이렇게 말한다. “남편이 죽을 때 내가 그랬어요. ‘당신 없이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요?’ 남편이 내게 말했어요.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이제 세상에 나누어 주구려.’” 자신을 촬영하는 저자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한 사람은 그랬다. “당신만의 예술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상자 속에 갇히게 되죠.”

브루클린의 브라이턴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살사를 추는 남녀, 발레리나가 되려다 이제는 공중곡예를 배운다는 아가씨, 기억을 잃은 아내가 머무는 양로원을 매일 찾는 남편…. ‘마치 모든 사람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나타나는 뉴욕을 걷고 있는 듯하다.’(뉴욕매거진)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휴먼스 오브 뉴욕#사진#뉴욕#브랜던 스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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