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온라인 데이트로 배우는 ‘경제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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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찾기 경제학/폴 오이어 지음·홍지수 옮김/300쪽·1만5000원·청림출판
님도 보고 뽕도 따기 성공한 ‘돌싱’ 경제학자의 생생 강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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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짝을 고르는 어려움을 옥수수 따기에 빗댄 유명한 얘기가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옥수수밭 속에서 직진하며 마음에 드는 최고의 옥수수를 선택하는 것. 제약도 있다. 옥수수는 단 한 번만 딸 수 있고, 일단 한 번 지나친 옥수수는 되돌아와 다시 딸 수 없다. 이 때문에 섣부르게 골랐다간 남은 옥수수 속에 있을지 모를 최고의 옥수수를 놓칠 수 있고, 너무 신중했다간 어느 순간 옥수수밭의 끝에 도달해 선택할 옥수수가 하나도 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라면 여기까지 듣고 무릎을 치며 “옥수수밭 비유야말로 미시경제학의 주요 이론인 ‘탐색이론(Search Theory)’을 결혼시장에 적용한 사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옥수수는 선택권이 없지만 결혼시장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내 짝도 선택권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토를 달기는 하겠지만.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미경제연구소(NBER) 수석연구원인 이 책의 저자는 몇 년 전 아내와 헤어지고 ‘돌싱’이 됐다. 새 짝을 찾으려고 매치닷컴(Match.com), 오케이큐피드(OkCupid) 같은 유명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그는 여성 회원의 프로필을 검색하다가 문득 인터넷으로 짝을 찾는 행위에도 경제학 이론이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 생각을 발전시킨 결과물이 이 책이다.

탐색이론을 비롯해 신호효과, 통계적 차별과 역선택, 동류교배 같은 미시경제학의 10대 주요 이론을 온라인 데이트 경험에 절묘하게 녹여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자신의 부실한 머리숱이 상대 여성에게 어떻게 비칠까 전전긍긍하는 작가의 연애 분투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일상에 작동하는 여러 경제 법칙과 이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실증경제학(Positive economics)을 표방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온라인 데이트, 넓게는 삶의 동반자를 찾는 과정도 신용카드를 선택하거나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통찰에 살짝 놀라게 된다. 데이트 상대가 내게 맘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첫 데이트 비용 지출에 얼마나 관대한지 살펴보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이를 ‘신호효과’라는 이론으로 분석하면, 미국 대학이 지원자들이 꼭 자기 대학에 오려고 하는 사람만 가려내려고 수시모집 때 단 한 학교만 지원할 수 있게 하거나, 구글처럼 구직자가 몰리는 기업이 입사 지원서를 받을 때 지원자에게 일정액의 지원료를 내게 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원리라고 설명한다.

결혼생활을 깔끔히 정리 못한 별거남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여성들이 저자와의 만남을 회피하는 서글픈 현실은, 경찰이 소수인종을 더 자주 검문하거나 젊은 운전자가 나이 든 운전자보다 자동차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통계적 차별’로 설명된다. 저자가 인용한 기존 연구 중에는 한국 남성이 예쁜 여성과 결혼하는 대가로 감수할 수 있는 배우자의 연봉 감소 폭이 여성에 비해 세 배나 된다는(결국 남성이 여성보다 외모를 더 밝힌다는) 한국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관련 연구도 있다.

그럼 저자는 흥미 있는 책 한 권 낸 걸로 위안하며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짝을 찾는 것은 포기했을까?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유대인 전용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스탠퍼드대 연구원을 만나 영혼의 구원을 얻었다.(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미모도 겸비했다!) 책도 쓰고 짝도 찾았으니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속담에 걸맞은 합리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원제 ‘Everything I Ever Need to Know about Economics I Learned from Online Dating’(2014년)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짝찾기 경제학#온라인 데이트#탐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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