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K팝처럼 세계에 널리 알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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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상상축제’ 개막작 아리랑 선정
이춘희 명창 7, 8일 파리서 공연

단아한 체구의 이춘희 명창이 경기민요를 부르기 시작하자 청아한 소리가 가득 퍼졌다. 그가 라디오프랑스와 함께 제작한 ‘아리랑과 민요’ 음반이 올해 1월 세계 60여 개국에 출시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단아한 체구의 이춘희 명창이 경기민요를 부르기 시작하자 청아한 소리가 가득 퍼졌다. 그가 라디오프랑스와 함께 제작한 ‘아리랑과 민요’ 음반이 올해 1월 세계 60여 개국에 출시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2년 12월 5일 오후 10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 회의장.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67)이 부르는 맑고 청아한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 최종 심사 과정에서 울려 퍼졌다. 문서와 자료화면 위주의 심사에서 이 명창이 실연으로 ‘아리랑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보여준 것.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데 공을 세운 이 명창의 아리랑이 그로부터 1년 3개월 후인 7, 8일 다시 파리에 울려 퍼진다. 프랑스가 해외 전통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1997년부터 개최해온 ‘상상축제’ 개막작으로 ‘아리랑’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외국문화 유치를 위해 프랑스 정부가 세운 ‘세계문화의 집’이 마련한 행사다. 세계문화의 집과 지난해 업무 협약을 맺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아리랑을 올해 상상축제 개막작으로 제안한 것이 성사됐다.

이 명창은 1시간 20분 남짓의 아리랑 공연에서 밀양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 유산가, 이별가 등을 부른다. 이 곡들은 대부분 경기민요로 분류된다.

최근 만난 이 명창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 공연에서 경기민요는 판소리에 가려 언제나 ‘양념’처럼 소개됐어요. 경기민요가 메인으로 구성된 공연은 처음이에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많이 돼요.(웃음)”

이 명창은 ‘국악=판소리’로 인식되는 데 대해 아쉬워했다.

“판소리는 호남지방 소리예요. 소리에 연기가 결합되고 우람하고 남성적이죠. 길이도 4시간 이상 되고요. 서울, 경기지역에서 불리던 경기민요는 대개 1분 정도로 길이가 짧고 노래만 불러요. 투명하고 맑고 경쾌한 게 특징이죠.”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송소희 양이 부르는 건 판소리가 아니라 경기민요다. 이 명창은 송 양 덕분에 경기민요가 알려지게 된 것을 반가워했다.

“경기민요는 섬세해서 배우기가 진짜 어려워요. 50년간 소리를 했지만 안 되는 날이 많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듣기는 참 좋죠. 중독성이 강해 한번 들으면 귀에 쏙쏙 꽂힌답니다.”

경기민요는 과거 서민들이 쉽게 흥얼거리곤 했지만 차츰 잊혀져갔다.

“술집에서도 흥이 나면 아가씨들이 경기민요를 즐겨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민요는 천박한 노래로 치부됐어요. 하지만 술 마시면서 케이팝을 불러도 천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이 명창은 경기민요에 이야기를 엮어 만든 소리극이 판소리로 만든 창극처럼 대중화되길 희망하고 있다. “경기민요는 들을수록 매력적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하고 싶어요. 아리랑 공연을 통해 프랑스에 경기민요의 여운을 깊이 남기고 올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이춘희#아리랑#상상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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