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대안 전시공간 “부담도 혜택도 나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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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접 ‘스페이스 22’ & 부암동 주택가 ‘공간 291’

# 특급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서울 강남역 네거리에 자리한 22층 건물의 맨 위층에 개관한 ‘스페이스 22’의 전망은 빼어나다. 전시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군데군데 열린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덤이다.

#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한적한 산길의 정취에 빠져본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촬영지로 유명한 찻집으로 향하는 언덕배기를 걷다보면 ‘공간 291’이 나타난다. 거실 통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소박한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라 더 정겹다.     
     

서울 강남역 부근의 고층건물 22층에 자리한 ‘스페이스 22’(왼쪽 사진)와 종로구 부암동의 한적한 골목에 들어선 ‘공간 291’이 잇따라 개관했다. 사진 기획전 중심의 비영리 대안공간으로, 앞으로 두 공간의 활동이 주목된다. 스페이스 22·공간 291 제공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사진 중심 대안공간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작품 판매도, 돈 받고 전시장을 빌려주는 대관사업도 하지 않는 비영리 전시공간들이다. 갤러리 밀집지역을 벗어나 낯선 곳에 스며든 신생 공간인 만큼 공간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곳 모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익적 가치에 공감하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신생 대안공간들이 사진계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펼치며 탄탄히 뿌리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 중견작가를 위한 ‘스페이스 22’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인접한 미진프라자에는 각 층마다 성형외과, 안과 같은 병원들이 포진해 있다. 엘리베이터 안내판엔 21층까지만 적혀있으나 22층에 내리면 ‘스페이스 22’가 반겨준다. 꽤 널찍한 전시장. 500원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라운지, 강의실을 갖췄다. 지금은 최연하 큐레이터가 기획한 2인전이 열리고 있다.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의 충격적 모습을 선보인 여지(29), 고층 빌딩 옥상에 오른 자신의 아슬아슬한 모습을 직접 촬영한 안준(33)의 작업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료(일요일 휴관). www.space22.co.kr

이 공간의 씨앗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 씨에게서 사진을 배운 사람들의 모임인 ‘꿈꽃 팩토리’에서 심어졌다. 1기 회장 윤승준 관장, 2기 회장 정진호 대표가 구상 이후 1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열였다. 윤 관장은 “우려도 많았으나 5년 계약을 맺었으니 안정적으로 차근차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15년 이상 작업해온 중견작가를 조명하는 등 우리 색깔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건물의 최대주주 정 대표는 다른 주주를 설득해 한 달 임대료 2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비영리 전시장으로 바꾸게 했다. 정 대표는 “좋은 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나. 장기적으로 보면 문화공간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일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진가, 동호인, 건물주주 등 17명의 운영위원들이 매달 20만 원씩 내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곧 협동조합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 신진작가를 위한 ‘공간 291’

‘공간 291’은 새로 시작하는 작가, 앞으로 성장이 가능한 작가를 지원하고자 ‘협동조합 사진공방’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단독주택을 임차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부담도 혜택도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진가 임수식 씨(40)가 대표를 맡았다. 현재 조합원은 18명이다. 임 대표는 “사진 시장은 없고 카메라 시장만 있는 왜곡된 사진문화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나 역시 이젠 사라진 대안공간 건희에서 활동을 시작했기에 젊은 후배들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후원금으로 공간을 운영하는데 수익 사업을 만들어 이를 신진작가와 조합원을 위해 재환원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1층은 임 대표가 기증한 책으로 사진책 도서관이 마련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하 1층은 신진작가와 기획자를 지원하는 전시공간. 마루, 장미라 씨 등 8명이 참여한 ‘작업실 로와’의 그룹전이 3월 4일까지 열리고 있다. 무료. 02-395-0291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스페이스 22#공간 291#전시#대안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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