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석 “끝이요? 독자가 꺼지라 할 때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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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최장 연재… 최근 800회 맞은 ‘마음의 소리’ 작가 조석

만화가 조석은 웹툰 ‘마음의 소리’의 각진 주인공 조석과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만화 속 조석과 저는 완전히 달라요. 전 말도 없는 편이죠. 사진기자들이 웃긴 포즈를 요구하는 게 힘들어 인터뷰를 잘 안 해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만화가 조석은 웹툰 ‘마음의 소리’의 각진 주인공 조석과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만화 속 조석과 저는 완전히 달라요. 전 말도 없는 편이죠. 사진기자들이 웃긴 포즈를 요구하는 게 힘들어 인터뷰를 잘 안 해요.”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각진 얼굴에 노란색 티셔츠.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의 주인공 조석은 온라인 최고의 셀러브리티 중 한 명이다. 웹툰에서 그가 “시소가 영어로 무엇?”이라고 하면 포털의 검색어 1위는 ‘시소’가 된다. 이름이 같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야기를 꺼낸 직후엔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유행어인 ‘차도남’도 ‘난 일에 빠진 차가운 도시 남자’란 조석의 말풍선에서 나왔다.

2006년 9월 연재를 시작한 ‘마음의 소리’가 17일 800회를 맞았다. 웹툰 사상 최장 연재다. 누적 조회 수는 20억 건을 넘었고 회당 달리는 댓글 수가 많을 땐 7만5000개도 넘는다.

최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마음의 소리’의 작가 조석(31)은 4차원 만화 캐릭터 ‘조석’과는 달리 호리호리한 훈남이었다. 800회를 넘긴 소감을 묻자 “좋기도 하고 그리 오래 그렸나 싶기도 하고 반반이다”라고 했다.

“800회까지 오면서 어제, 오늘 계속 다르게 그리지만 제 눈에는 항상 똑같아 보여요. 그러면 다른 사람이 봐도 새롭다는 느낌을 못 받을 텐데….”

‘마음의 소리’는 일상을 소재로 한 개그 만화이다 보니 그의 형 조준을 비롯해 가족은 물론이고 여자친구 애봉이, 강아지 센세이션, 고양이 정남이까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는 “때론 10초 만에 그린 만화가 10시간 공들여 그렸을 때보다 재밌는 경우도 있다”며 “꿈에서 좋은 소재를 꾸면 정말 신의 계시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웹툰계의 공무원’이라는 별명답게 만화가 조석의 미덕은 성실함이다. 7년 넘게 연재하면서 한 번도 연재를 쉬거나 마감시간을 넘긴 적이 없다. 그동안 해외여행도 못 갔고 그래서 여권이 없다. ‘피로에 의한 허리통증’으로 의자에 앉기가 불가능할 땐 침대에 누워서 그렸다.

“일종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아요. 한 번 쉬면 뭔가 잘못될 거라는 함정 말이죠. 그래서 명절에도 만화만 그렸는데 이제 나이가 됐으니 결혼도 해야죠. 그러면 매주 두 번 마감을 하고 살 순 없을 거예요.”

‘마음의 소리’ 800화에서 주인공 조석은 올해 목표로 ‘더 늦기 전에 결혼하기’를 정하고 여자친구 애봉에게 ‘연재작가답게’ 프러포즈한다. 네이버 제공
‘마음의 소리’ 800화에서 주인공 조석은 올해 목표로 ‘더 늦기 전에 결혼하기’를 정하고 여자친구 애봉에게 ‘연재작가답게’ 프러포즈한다. 네이버 제공
애봉 씨와 결혼하고 ‘마음의 소리’ 연재를 곧 끝내겠다는 얘길까. 800회에선 캐릭터 조석이 여자친구 애봉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나왔다. “가족 만화라 신 캐릭(캐릭터)이 필요해. 만들어 줘”라고 했다가 욕먹는 장면이다.

“몇 회를 더 그릴 건지, 이 만화의 생살여탈권은 제 손을 떠났어요. 보는 사람들이 꺼지라고 해야 끝내는 게 만화라고 생각해요.”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만화 잘 그리는 아이였다. 친구들은 “네가 만화가 되면 내가 꼭 사볼게”라고 했다. 하지만 만화 그려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았다. 2002년 전주대 영상문화학과에 입학한 것도 만화 그리는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가진 재주가 만화 그리는 것뿐인지라 웹툰 연재는 생업이 됐다. 요즘엔 팬 사인회를 열면 또래보다 초등학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

“‘뽀로로’가 제 경쟁 상대인 거죠. 지금 초등학생이 제 또래가 됐을 때 제가 연재하는 만화를 보고 ‘이거 어렸을 때 보던 만화인데’ 이러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제 만화는 가벼워요. 만화학과 교수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만화보다는, 평소 만화를 안 보는 사람도 재밌게 끝까지 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 그게 제 목표예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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