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끝없이 나오는 털실상자의 비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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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홍연미 옮김/40쪽·1만1000원·길벗어린이

길벗어린이 제공
길벗어린이 제공
하얗게 쌓인 눈과 검댕만 보이는 마을에서 애너벨은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색색의 털실이 들어있습니다. 애너벨은 곧바로 뜨개질을 시작하지요. 이상하게도 검고 작은 상자에서 나오는 털실은 끝이 없습니다. 애너벨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자에서 나오는 실로 원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주고 싶은 이에게 정성껏 색이 고운 옷을 떠주지요. 털실 한 가닥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실로 뜬 애너벨의 작품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알록달록 환하고 따뜻하게 바꿔 놓습니다.

얼핏 그 작은 상자에 든 털실은 한 사람 옷만큼의 양도 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과 강아지 마스, 동네 친구 네이트는 물론이고 학교 친구들에게 다 옷을 떠주고도 털실은 상자 안에 남아있습니다. 나무도, 동물들과 자동차까지 모두 애너벨의 솜씨에 행복해집니다.

그 상자가 중요한 물건이라 생각한 사람은 상자를 갖기만 한다면 그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애너벨에게서 상자를 사려다 실패하니 훔쳐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요. 자기 손에 들어온 상자 안을 들여다봤자 아무것도 없는 건 당연합니다. 버려진 상자는 애너벨에게로 돌아옵니다. 그 상자도 털실도 사실은 상자를 발견한 애너벨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은 상자에서 끝없이 털실이 나오게 만든 것은 애너벨의 상상력과 자기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 믿음은 엄청난 양의 털실을 만들어냈고 온 세상을 바꾸게 되었지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의 굳은 믿음이야말로 끊임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우리 주변, 내가 속한 세상을 움직입니다.

간결한 디지털 이미지가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정적인 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동물들도 재미있습니다. 무채색 공간을 따뜻하고 다채롭게 살려낸 그림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이 애너벨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을 권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애너벨#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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