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박스] “2등이면 어때” 마이너리티 음악가의 삶

  • Array
  • 입력 2013년 7월 26일 07시 00분


● 마이너리티 클래식(이영진 지음|현암사)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좌절하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항의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억압받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유가 승리하리라는 것을 확신해야합니다.” 1933년 독일. 파시스트 정권은 성난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인권이 유린되고 반정부 인사가 투옥되고 무고한 유대인들이 ‘인종 청소’라는 이름으로 스러져갔다. 한 음악가는 이런 상황에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자신 만의 결정을 내린다. 그는 10여년 간 국가가 주관하는 모든 문화 행사의 참여를 거부하고 다른 음악가들과 교류도 단절했다. 또 자신의 어떤 작품도 대내적으로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른바 ‘내적 망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깊은 분노와 슬픔을 담아 훗날 ‘참회의 음악’이라 일컫는 음악 작품을 써내어 해외에서 공연토록 했다. 1935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현대음악협회에서 초연된 교향시 ‘미제레’가 그것.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사람들에게 바친 곡이다. 그는 불의의 시대를 오롯하게 항거한 비타협의 예술정신, 그 자체였다. 주인공은 바로 카를 아마데우스 하르트만. “하르트만? 누구지?”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괜찮다. 몰라도 창피할 필요 없다. 클래식 음악계의 마이너리티중의 한 명이니까.

클래식 거장들의 삶과 음악의 세계는 베토벤의 투쟁, 차이코프스키의 연민, 말러와 쇼스타코비치의 해학 등 ‘메이저리티’만 있는 게 아니다. 밤하늘의 뭇별처럼 숨어서 빛나는 거장들도 있다. 다만 양지에서 화려하게 비춰지지 않았을 뿐이다. 음악평론가인 이영진 씨는 이런 숨은 보석들을 역사에서 발굴해 무대에 다시 세웠다. 무대의 주인공들은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연주가 등 마이너리티 음악가 49인. 사료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생애를 그렸고 세심하게 음악세계를 짚었다. 또 에피소드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삶을 강렬하게 풀어냈다. 576쪽이라는 두툼한 책의 두께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군데군데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좋고 읽다보면 추리소설처럼 줄줄줄 잘 넘어간다.

세상은 ‘메이저리티’의 것이다, 불편하지만. 그러나 세상은 꼭 주류계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메이저리티가 될 필요도 없다. 모리 슈워츠의 명언처럼 2등이면 어떻고 3등이면 또 어떠한가. 진실을 보여 주는 삶이라면 마이너리티라도 좋다. 마이너리티 음악가들의 삶을 읽고 유튜브에서 그들의 음악을 검색해 들어보라. 삶이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 그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