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Harmony]풍덩 빠지고 보드 위에 서서 바람과 맞서고… 파도와 뒹구는 짜릿한 이맛, 아직 모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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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서핑 가이드

“한국에서 서핑을? 정말?”

아직도 한국 바다에서 서핑한다는 것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또 ‘서핑’이라고 말하면 ‘웹 서핑’이나 ‘윈드 서핑’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도 10년 이상 매년 서핑대회가 열리고 있고, 서핑으로 유명해진 몇몇 해수욕장은 주말마다 몰려오는 서퍼들로 태양의 열기만큼이나 후끈한 기운이 넘쳐난다. 이번 여름, 바다에서 새로운 레포츠에 도전하고 싶다면 서핑에 관심을 가져보자.

보는 것처럼 쉽나?

영화나 광고 CF 속에서 등장했던 서퍼들이 서프보드를 옆에 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다로 달려들어 서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 쉬워 보인다. 실제로도 그럴까? 대답은 ‘그럴 리가…’라고 하는 게 맞겠다.

서핑은 서프보드 위에 올라서서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레포츠다. 스키장에서처럼 고정된 슬로프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더욱 시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순발력, 근력, 균형감각 등이 필요하고 파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

이렇게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 맥주 광고에서는 시원한 맥주의 맛을 서핑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짜릿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글로, 혹은 맥주 맛 정도로 표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핑을 배우는 첫날부터 서프보드에서 쉽게 일어설 것이라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대신 단 한 번을 일어서더라도 그 전에 힘들었던 과정들은 깨끗이 잊혀질 정도로 신나는 기분을 느낄 것이라는 건 장담한다. 두 손 들어 만세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고상하지 않은 자세로 벌러덩 넘어지고 풍덩 물에 빠지는 재미도 매우 크다.

꽉 조여 맨 넥타이와 아슬아슬한 하이힐, 끝도 없는 집안일과 무거운 책가방으로 피곤했던 일상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도 좋다.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프로 서핑선수가 되는 게 꿈이 아니라면 말이다.

서핑 입문, 동호회로 하면 ‘제격’

서핑을 시작해 보려니 궁금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수영을 못하는데 괜찮을지’…. 이런 고민들은 서핑 동호회나 서핑스쿨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선배 서퍼들이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시작했고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단 서핑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가까운 해변의 서핑스쿨 문을 두드려 보자. 서핑스쿨을 통해 장비대여와 강습, 숙소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고 먼저 시작한 서퍼들도 만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서핑을 배울 때는 현지 바다에 익숙하고 서핑 경험이 많은 강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는 바다일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조류(潮流)나 독성 해양생물, 날카로운 바위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같은 바다라도 기상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기 때문에 현지 바다 사정을 잘 알려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습은 보통 2시간가량 진행한다. 지상에서 먼저 서프보드의 구조 및 서핑의 기본자세 등을 배운 뒤, 물에 들어가 일어서는 것을 연습한다. 수영을 못한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바다 깊이가 허리 높이 정도 되는 얕은 곳에서 배운다. 서핑이 재미있다면 수영은 천천히 배워가면 된다. 파도가 너무 큰 날은 초보자가 입수할 수 없으니 기상상황을 확인하고 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장비대여와 강습은 역시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핑스쿨은 강원 양양 기사문해수욕장과 죽도해수욕장,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부산 송정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 제주 중문 색달해변 등에서 활발히 운영 중이다.

장비 구입은 ‘천천히’

서핑을 하러 가기 전 기본 준비물은 챙겨야 한다. 래시 가드(rash guard·탄력성 좋고 가벼운 천으로 만든 상의), 보드 쇼츠(board shorts·물놀이용 반바지), 수영복, 자외선 차단제, 샤워용품 등이 필수품이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면 서핑스쿨에서 웨트 수트(합성고무 원단으로 만든 의상)를 빌려 입을 수도 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인 만큼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없는 서핑 노하우를 배우고 매주 같이 서핑 여행을 다닐 좋은 친구를 사귈 기회가 된다.

어부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서퍼들에게는 즐거움의 장인 ‘바다라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갖출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의 근심과 걱정 따위는 버리고 가도 좋겠다. 파도의 리듬에 내 몸을 맡기며 신체를 단련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핑을 통해 얻은 긍정의 기운이 일상을 더욱 힘차게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일단 서핑의 달콤한 맛을 느꼈다면 장비를 구입하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비 구입은 천천히 할 것을 권한다. 서프보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처음 장비를 구비하려면 최소 100만 원 이상이 드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프보드는 크게 롱보드와 쇼트보드로 나눌 수 있다. 롱보드는 길이가 240∼300cm가량에 넓고 두꺼워 부력이 좋고 안정적이다. 작은 파도에서도 서핑하기 수월하다.

반면 쇼트보드는 150∼180cm대의 길이로 빠른 턴이나 에어(점프) 등의 퍼포먼스를 하기 좋다. 초보자는 보통 240∼270cm 길이의 소프트 서프보드로 시작한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 있어서 딱딱한 롱보드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다.

최근 연예인들이 패들보드(SUP: Stand Up Paddle Board)를 타는 모습이 몇 차례 언론에 노출되면서 패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프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으며 파도를 탈 수 있는 보드다. 배우기 쉽고 파도가 없을 때에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빠르게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당신의 삶을 바꿀 서핑’

“서핑이 당신의 삶을 바꿔 놓을 거예요.” 영화 ‘폭풍 속으로’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가 초보자용 서핑 장비를 사기 위해 서프숍에 들렀을 때 카운터에 앉아 있던 꼬마가 건넨 말이다.

흔히들 서핑은 ‘레포츠’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레포츠라고만 표현하기에는 한 개인의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핑을 해보기 전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표현인데 지금은 이만큼 확실한 명제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핑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면 이제 겨울철에도 스키장 대신 두꺼운 웨트수트를 챙겨 바다를 찾고 싶어질 것이고, 아무 의미 없이 벽에 낙서되어 있는 파도 무늬조차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의문만 던지며 너무 망설이지 말자. 프로 서퍼들도 ‘최고의 서퍼는 가장 신나게 즐기는 서퍼’라고 왕왕 얘기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체력과 실력에 맞는 파도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만들어 보자. 한층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이규현 ‘서핑에 빠지다’ 저자·

가톨릭대 성의교정 홍보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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