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사회 분노 담아… ‘三金시대’ 독한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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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1집 낸 컨트리 포크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김대중-일두-태춘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EBS 스페이스공감 무대에 ‘삼김시대’란 이름으로 모인 세 음악인. 왼쪽부터 김일두 김대중 김태춘. “태춘이는 컨추리(컨트리 음악) 하니까 (미국) 공화당 아이가?”(일두) “그냥 신한국당 할게요.”(태춘) “전, 평민당 하겠습니다….”(대중)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EBS 스페이스공감 무대에 ‘삼김시대’란 이름으로 모인 세 음악인. 왼쪽부터 김일두 김대중 김태춘. “태춘이는 컨추리(컨트리 음악) 하니까 (미국) 공화당 아이가?”(일두) “그냥 신한국당 할게요.”(태춘) “전, 평민당 하겠습니다….”(대중)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댄스 그룹이 넘친다. 컴퓨터로 음악이 만들어진다. 자본과 매체를 동원한 대규모 홍보가 흔하다. 21세기 대한민국 대중음악이 돌아가는 소리다.

이런 때 느닷없다. ‘3김 시대로의 회귀’를 주창하는 이들이 올해 상반기 나란히 1집을 낸 것이. 싱어송라이터 김대중(35) 김일두(35) 김태춘(본명 김태훈·32). ‘3김’ 맞다. 닮은 셋이다.

거추장스러운 악기 치우고 통기타 한 대에 담백하거나 걸쭉한 목소리를 싣는다. 40∼50년 전 미국 내륙에서 길어온 듯 흙과 버터 냄새가 나는 컨트리, 블루스, 포크에 21세기 한국을 담았다. 기존 대중음악에서 듣기 힘든 신랄한 욕설과 야한 풍자, 신성모독이 혼재하는 시적인 가사도 세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기회를 박탈당한 청춘의 씁쓸함과 쓸쓸함이 떠돈다.

3월 김태춘이 앨범 ‘가축병원블루스’를, 4월 김일두가 ‘곱고 맑은 영혼’을, 5월에 김대중이 ‘씨 없는 수박’을 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6월에는 EBS TV의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녹화 무대에 함께 올랐다. 공연명은 ‘삼김시대’. 방송은 7월 25일.

3김이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 21일. 일두와 태춘은 2000년 부산 인디 음악계에서 각자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다. 둘은 우연히 서울 뮤지션 김대중의 구성진 블루스를 듣고 반해 의기투합했다. 서울, 부산을 오가며 서로의 공연을 봤고 끝나면 소주를 함께 마셨다.

태춘은 셋 중 가장 독한 가사를 쓴다. ‘자 이제 당신들의 천국은 무너져버렸고/악마와 소풍 갈 시간’(‘악마와 나’) ‘여기는 개들의 세상 열심히 기지 않으면 살 수가 없네’(‘개들의 세상’) ‘내 사랑은 롯데캐슬 위에/내 머리는 하수구 아래’(‘내 사랑은 롯데캐슬 위에’)라고 노래한다. 예리한 목소리를 요들처럼 굴리는 창법이 섬뜩하다. 그는 지난달 나온 이효리의 새 앨범에도 두 곡을 작곡해줬다. “용감해요. ‘저 새끼’한테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내 입 더럽히긴 싫을 때 태춘이가 대신 해주니까 쾌감 있는 거죠.”(대중)

대중의 노랫말은 웃긴데 슬프다. ‘아들아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니 하늘이 두 쪽 난다’(‘씨 없는 수박’) ‘삼백에 삼십으로 녹번동에 가보니/동네 지하실로 온종일 끌려 다니네/이것은 방공호가 아닌가’(‘300/30’) 퍼주기만 하다 다친 사랑을 외교에 빗댄 ‘햇볕정책’이란 노래도 있다. 걸쭉하고 구수한 창법이 한국적이다. “홍상수 영화처럼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요. 넘(남)이 생각 못하는 걸 쓰니까.”(일두)

일두의 언어는 달고 쓰다. ‘부러진 날개로 떠난 그 새의 둥지는/흔적조차 없지만 부러뜨린 나의 손은 여전히/꺾이지 않아 팔락이는 날개여’(‘핏물로터리’) 레너드 코언처럼 낮고 느리게 읊조린다. “부산 싸나이의 음악이랄까. 요즘 중성적인 뮤지션이 많은데, 이 형은 발기된 남자 같은 음악을 하니까….”(태춘)

이들만의 ‘3김 시대’에는 정치적 메시지도 있을까. “세상에 대한 분노가 많이 담겼어요. 통기타 음악은 듣는 이, 만드는 이 모두 가사에 집중하게 만들죠. 어지러운 때 우리가 나왔네요.”(대중) “사회가 혼란할 때 우리가 합치네. 허허허.”(일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3김시대#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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