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여행땐 찰칵 대신 쓱쓱… 추억의 깊이가 달라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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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여행을 권함/김한민 지음/276쪽·1만6000원·민음사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오은정 지음/312쪽·2만2000원·안그라픽스

셔터를 누르는 대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진기 대신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럴싸한 무엇을 남기려고 하기보다는 낙서 같은 끼적임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민음사·안그라픽스 제공
셔터를 누르는 대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진기 대신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럴싸한 무엇을 남기려고 하기보다는 낙서 같은 끼적임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민음사·안그라픽스 제공
‘그림 여행’이라고 하면 으레 대가들의 명화를 감상하는 미술관 투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종이와 펜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거닐며 스케치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일상의 빠른 시간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야겠어’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조차 일정에 쫓기며 기계적으로 카메라 셔터만 누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평소 바쁜 일상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두 책은 인증샷이 아니라 그림으로 무뎌진 감성과 감각을 깨우는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 중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 여행을 권함’의 저자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여행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7년 동안의 국내외 여행기를 그림과 짧은 단상으로 풀어낸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의 저자도 미술 전공자다.

두 책 모두 기술적으로 탁월한 그림보다 진심과 위트가 담긴 그림을 강조한다. 잘 그리는 것보다 자유롭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지그시 펜에 힘을 주고 그린 작품이라기보다는 대충 끼적거린 낙서처럼 느껴지는 그림들이 여러 장 소개돼 있다.

‘그림 여행…’의 저자는 먼저 아바타로 ‘나’를 표현하라고 권유한다. 자신의 모습과 닮을 필요는 없다. 최대한 단순하게 그릴 수 있는 게 좋다.

실제 일생 동안 한 번도 그림을 배워본 적 없이 ‘오십 평생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는 저자의 어머니도 스케치북에 담아온 이집트 여행 기록을 책에 보탰다. 뽀글뽀글한 파마 스타일의 양과 정체를 알기 어려운 동물들도 가끔 등장한다. 하지만 여행 뒤 어머니는 서툰 솜씨의 그림을 보면서도 “이렇게 남기기를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시작하는…’은 다양한 종이와 필기구를 활용하는 팁이 풍부하다. 하얀 도화지가 아닌 200자 원고지 위에 그림을 그리면 구도를 균형 있게 잡기 쉽고, 독특한 여백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잘 번지는 수성 펜으로 스케치를 하고 선의 경계에 채색을 하면 자연스럽게 색깔이 번진다. 질감이 거친 종이를 이용하면 특유의 무늬가 표현된다.

그럼 무엇을 그려야 할까. 눈에 비치는 모든 풍광은 그림의 소재다. 파리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 이탈리아 배낭여행 중 길에서 만난 후덕한 아주머니도 좋다. 스케치북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분주함, 프랑스나 영국의 말끔한 도시에서부터 남미의 번잡스러운 모습까지 거친 펜 끝으로 모두 담아낼 수 있다.

저자들은 혼자 여행하는 배낭족에게 스케치북은 훌륭한 대화 상대라고 강조한다. 남미의 고산 도시에서 만난 순순한 아이들과의 추억, 정글에서 마주친 노인, 영국에서 만난 건달에 대한 추억과 화풀이를 그림으로 옮겼다. 여행 후에 차분하게 여백에 덧칠을 해가며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추억을 만드는 색다른 방법이다.

익살스러운 표정, 스쳐가는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크로키 느낌의 그림을 시도하고 싶으면 ‘그림 여행…’을, 수채물감으로 인물보다는 풍경과 분위기를 담고 싶으면 ‘지금 시작하는…’을 권한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그림 여행을 권함#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사진#그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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