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버벌진트 “입만 벙긋해도 대박… 그래서 ‘미다스의 입’이라고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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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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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19집 참여 이어 5월부터 KBS 쿨FM서 ‘팝스팝스’ 진행

25일 만난 래퍼 버벌진트는 “조용필의 ‘헬로’ 도입부에 ‘유 노 후스 백? 이츠 더 킹!(누가 돌아왔는지 알아? 왕이야!)’이라는 랩도 녹음해 넣었는데 빠졌다”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5일 만난 래퍼 버벌진트는 “조용필의 ‘헬로’ 도입부에 ‘유 노 후스 백? 이츠 더 킹!(누가 돌아왔는지 알아? 왕이야!)’이라는 랩도 녹음해 넣었는데 빠졌다”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래퍼 버벌진트(본명 김진태·33)는 ‘미다스의 입’이다. 입을 대는 노래마다 성공하니까.

2011년 검정치마가 참여한 ‘좋아 보여’를 시작으로 팬텀(‘충분히 예뻐’), 십센치(‘굿모닝’), 미스에스(‘시작이 좋아’), 에일리(‘이게 사랑이 아니면’) 같은 다양한 보컬에 자신의 랩을 섞어내 음원 차트 정상권을 밟았다. 여성그룹 다비치의 ‘녹는 중’에 참여해 최근 주간차트 1위까지 맛본 버벌진트의 정점은 23일 발매된 조용필 19집의 타이틀 곡 ‘헬로’ 참여다. 그는 ‘H-E-double L-O/보자마자 난 얼어붙었어…맘을 열어. Hello!’라는 여덟 마디짜리 랩으로 노래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윤상의 후임으로 KBS 쿨FM(수도권 89.1MHz) 팝 전문프로그램 ‘팝스팝스’(매일 오전 11시)를 진행한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버벌진트는 “TV와 라디오를 통틀어 프로 진행은 처음이다. 23일 조용필 신곡 발표회는 내가 서본 가장 특별한 무대”라고 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조용필) 선생님의 노래하는 옆모습을 지켜보는데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것 같았죠.”

그가 조용필의 신곡 참여 제안을 받은 것은 2월. “제 랩이 어울릴 것 같다며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데 이게 다른 래퍼에게 넘어가면 두고두고 배 아플 것 같았어요.” 그는 e메일로 전달받은 ‘헬로’의 음원을 들으며 집(서울 마포) 근처를 산책했고 두 시간 만에 랩 가사를 완성했다. 지난달 8일 서울 방배동 녹음실에서 조용필을 처음 만났다는 버벌진트는 “혹시 몰라 노래가 쉬는 빈 부분마다 랩을 꽉꽉 채워 갔다”면서 웃었다.

작곡가이기도 한 버벌진트는 사춘기 때 록, 랩 못잖게 유재하 김현철 공일오비 푸른하늘 H2O의 음악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조용필의 ‘꿈’ ‘비련’ ‘슬픈 베아트리체’ ‘어젯밤 꿈속에서’ 같은 감성적인 곡을 유달리 좋아했다고.

버벌진트는 광고계에서도 ‘미다스의 입’으로 활약했다. ‘이 숫자들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중형차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중형 콤팩트…’ ‘스마트폰 1000만 시대!’ 같은 친숙한 광고 내레이션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최근 5년간 자동차, 신용카드, 스마트폰, 컴퓨터, 방범업체, 탄산음료, 가구, 화장품 등 50편 이상의 광고에 목소리를 실었다.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에 호소력이 있어 광고주들이 즐겨 찾는다.

버벌진트는 ‘힙합계의 엄친아’다. 고교 때 록 밴드에서 활동하던 그는 1999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어른들로부터 음악할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시험 점수를 땄다고. 대학생이던 2001년 데뷔 앨범 ‘모던 라임스’를 만들었다. 서울시내 5개 음반매장에 직접 유통한 이 음반은 한국어의 다음절 라임(각운) 가능성을 실험한 혁신작으로 힙합계에서 회자된다.

2009년에는 문화산업과 저작권 관련법을 공부하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도 들어갔다. “부모님은 제가 대학원 다니는 걸 보고 ‘이제 안정적인 길을 가려나 보다’ 하고 오해하셨나 봐요. 이번 조용필 선생님 신곡 참여 덕에 드디어 진로를 둘러싼 부모님과의 갈등이 해소될 것 같아요.”

‘힙합 엄친아’로 불리는 그에게 꿈을 물었다. “저한테 맺히는 감정들을 음악과 말로 잘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용필 같은 음악인요?…한 5년 뒤에 대답하면 안 될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버벌진트#팝스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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