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스틸 갓 더 블루스’ 어떻게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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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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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턴 새 앨범 ‘올드 삭’ 28일 국내 발매

에릭 클랩턴(위 사진 오른쪽)과 스티브 윈우드(왼쪽)는 게리 무어의 명곡을 어떤 분위기로 변주했을까. 신작 ‘올드 삭’의 소탈한 표지 사진이 힌트다. 에릭 클랩턴 홈페이지·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에릭 클랩턴(위 사진 오른쪽)과 스티브 윈우드(왼쪽)는 게리 무어의 명곡을 어떤 분위기로 변주했을까. 신작 ‘올드 삭’의 소탈한 표지 사진이 힌트다. 에릭 클랩턴 홈페이지·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여기 내 맘속에 당신이 다녀간 빈자리가 있어요.’(‘스틸 갓 더 블루스’ 중)

‘기타의 신’이라 불리는 영국 뮤지션 에릭 클랩턴(68)이 솔로 20집 ‘올드 삭(Old Sock)’을 28일 국내에서 발매한다. 2010년 ‘클랩턴’ 이후 3년 만에 내는 정규앨범이다.

2년 전 세상을 뜬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1952∼2011)의 명곡 ‘스틸 갓 더 블루스’(1990년)를 리메이크한 것이 단연 화제다. 클랩턴과 무어는 각각 블루스 기타의 ‘물’과 ‘불’을 대변해왔다. 포크, 컨트리에 기반을 둔 미국적이고 구수한 연주를 즐기는 클랩턴이 록에 기반을 둔 좀 더 폭발적인 연주를 구사한 무어의 대표곡을 어떻게 재해석했느냐가 관심거리다.

클랩턴의 ‘스틸 갓 더 블루스’는 원곡보다 훨씬 정적이다. 증폭된 록 기타로 토로되는 원곡의 인상적인 주제는 통기타와 오르간의 소박한 연주로 대체됐다. 섬세한 현악과 피아노, 명연주자 스티브 윈우드의 오르간이 곡을 다시 칠했다. 음향의 채도는 한결 낮아졌지만 지나간 사랑을 그리는 가사의 명도는 오히려 높아진 느낌이다.

12곡이 담긴 신작에는 정작 클랩턴이 지은 곡이 없다. 클랩턴은 J J 케일(‘에인절’), 타지 마할(‘퍼더 온 다운 더 로드’), 제롬 컨, 레드 벨리(‘굿나이트 아이린’), 오티스 레딩(‘유어 원 앤드 온리 맨’), 조지 거슈윈(‘아워 러브 이즈 히어 투 스테이’)의 옛 명곡 재해석에 집중했다. 신곡이 2개 있지만 클랩턴 밴드 멤버들이 만든 노래다. 재즈 스탠더드 ‘올 오브 미’에서는 비틀스 출신의 폴 매카트니가 연주와 노래를 함께했다.

‘낡은 양말’이란 뜻의 신작은 명곡 양산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고전(로버트 존슨)의 재해석, 거장들(비비 킹, 윈우드, 케일, 윈턴 마살리스)과의 음악적 교감에 집중해온 ‘21세기 클랩턴’의 연장선인 셈이다. ‘레일라’ ‘원더풀 투나이트’ ‘티어스 인 헤븐’ 같은 명곡을 쏟아냈던 클랩턴의 이런 행보는 “여생을 스탠더드 곡의 재해석과 즉흥연주에 바치겠다”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의 선언을 떠오르게 한다.

휴대전화로 ‘셀프 촬영’한 듯한 표지 사진은 레게, 블루스, 포크, 리듬앤드블루스를 넘나드는 여유롭고 담백한 연주와 닮았다. 클랩턴의 솔로 앨범 중 처음으로 인디 음반사에서 발매됐다. 하모니카, 밴조, 만돌린, 페달 스틸 기타와 관현악이 촘촘히 끼어드는 편곡의 짜임새는 여전히 일품이다. ‘굿나이트 아이린’ ‘아워 러브 이즈 히어 투 스테이’는 필청 트랙.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에릭 클랩턴#올드 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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