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한국에서 반상의 승부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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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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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 미녀 프로기사 헝가리 출신 코세기-우크라이나 출신 자카르첸코 초단

바둑이 좋아서 이역만리 한국에 유학와 프로가 돼 꿈을 이룬 마리야 자카르첸코 초단(앞줄 왼쪽)과 코세기 디아나 초단이 국가대표 여자 상비군인 동료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뒷줄 왼쪽부터 김윤영 3단, 이영주 초단, 김나현 초단, 김혜민 6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이 좋아서 이역만리 한국에 유학와 프로가 돼 꿈을 이룬 마리야 자카르첸코 초단(앞줄 왼쪽)과 코세기 디아나 초단이 국가대표 여자 상비군인 동료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뒷줄 왼쪽부터 김윤영 3단, 이영주 초단, 김나현 초단, 김혜민 6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한국기원의 프로 기사는 280명. 그 가운데에는 바둑이 좋아서, 그것도 동양 3국 중 한국에 바둑 유학을 와 프로가 된 벽안의 미녀 기사 2명도 포함돼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코세기 디아나 초단(30)과 우크라이나 키예프 출신의 마리야 자카르첸코 초단(18). 헝가리는 한국처럼 성(姓)이 앞에 온다. 즉, 코세기와 자카르첸코가 각각 이들의 성이라는 얘기다.

두 기사는 각각 2008년, 2012년 한국기원 특별입단 제도에 따라 프로가 됐다. 외국인이지만 모든 대회에 출전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다. 이들에 앞서 특별 입단했던 제니스 김 초단, 알렉산더 디너스타인과 스베틀라나 쉭시나 3단은 현재 고국으로 돌아가 활동 중이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과 남편 장주주(江鑄久) 9단도 한때 한국기원 프로였으나 이미 중국에서도 프로였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르다. 권효진 6단의 남편인 웨량(岳亮) 5단도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지만 중국에서 이미 입단했다.

두 기사가 바둑을 배운 것은 초등학교 때. 코세기는 9세 때 아마추어 2단인 아버지로부터, 자카르첸코는 10세 때 삼촌으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둘 다 오빠와 함께 배웠지만 오빠를 이겼다. 얼마 안 가 코세기는 아버지를 이겼고, 자카르첸코도 70번기 끝에 삼촌을 이겼다. 모두 자국 내에서 바둑 고수가 됐다.

코세기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97년 14세 때. 당시 한국에서 열린 아마추어 세계대회에서 헝가리 대표로 출전했다. 2000년에는 일본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했다가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도장에서 2개월 정도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 2003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가 돌아간 뒤 2005년에는 아예 명지대 바둑학과에 입학했다. 또 한국기원 여자 연구생으로 들어가 바둑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연구생은 한 조에 12명씩 4개조인데 3조에서 주로 뛰었다.

자카르첸코가 한국과 연이 닿은 것은 2006년. 바둑을 배우고 1년이 지나 어린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러시아에서 바둑 보급을 하던 천풍조 9단으로부터 한국에서 바둑 공부를 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러다 2008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바둑유학을 왔다. 한국의 천 사범 도장에서 공부하면서 한국기원 여자 연구생으로 3년간 실력을 쌓았다. 4조에서 1조까지 올라갔다. 1조에서도 5위까지 올라갔다. 어머니는 현재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박봉이어서 여전히 생계를 꾸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카르첸코는 요즘 한국기원에서 주 2회 안국현 3단, 김성진 2단, 박영롱 양우석 초단 등과 함께 바둑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하루빨리 실력을 늘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생일 때에 비해 바둑 둘 기회가 적어진 게 그의 아쉬움이다. 매운 음식을 빼고는 한국 음식을 다 잘 먹는다고 한다.

코세기는 요즘 경기 군포시 산본에 있는 국제 바둑도장 ‘비바(BIBA)’에서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처음 입단한 뒤 선배들이 ‘이젠 고향에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때 굉장히 서운했다”고 말했다. 바둑이 좋아서 승부사가 되기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 고향에서 보급 활동이나 하라는 투였으니…. 그는 이어 “외국인 특별 입단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마리야가 실력을 늘려 승부사로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코세기#자카르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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