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멋쟁이’ 음원 주요 차트 석권에 가요계 ‘씁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11시 28분


코멘트

MBC '무한도전'팀 발표 음원 주요 차트 석권
"변화된 대중 기호 존중해야" 의견도

최근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개그맨 정형돈의 '강북멋쟁이'가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돌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가요계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 준비한 음반들이 여기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다는데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개그맨 박명수는 5일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어떤가요' 편을 통해 작곡가로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명수가 작곡한 6곡으로 각 멤버들이 무대를 꾸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는 소녀시대나 백지영 등 쟁쟁한 가수들의 신곡을 제치고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 노래는 방송 직후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라 일주일 간 정상을 지켰다.

이 곡은 14일 오전 9시 현재 엠넷, 다음뮤직에서 여전히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라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강북멋쟁이'는 빌보드 K팝 싱글 차트(19일 자)에도 5위로 데뷔했다.

이 밖에 박명수가 작곡한 유재석의 '메뚜기 월드', 하하의 '섹시 보이'도 각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톱 20' 안에 진입했다.

'박명수의 어떤가요' 편은 '무한도전'이 그동안 진행해오던 가요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어 여섯 곡이 방송과 동시에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톱 10'에 나란히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무한도전'의 음원 차트 점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지난해 초 발표한 '나름 가수다'편 음원으로 상반기 멜론 앨범 차트에서 4위를 기록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또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때는 음원 공개 한 달 만에 17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아이돌 신곡보다 무서운 게 무한도전 신곡"이란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차트를 점령한 데 가요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음반기획사 관계자는 "대중의 기호를 따라가는 게 가요의 숙명인 만큼 '강북멋쟁이'처럼 이벤트성이 강한 노래도 얼마든 차트 1위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음반을 발표한 수많은 뮤지션들이 타격을 입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음반기획사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재미를 이유로 음원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한도전'의 경우 노래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에 음원 차트를 도배하게 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 인디 밴드 멤버도 트위터에 이러한 현상을 '인스턴트식 음악'에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인스턴트식 음악에 길든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면서 "짧은 시간에 6곡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적어도 나에겐 조금도 감동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 음원들이 음원 차트를 휩쓰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허탈해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