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들, 맹독성 복어로 젓갈 담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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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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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맛-음식이야기’전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경당지구 9호에서 발견된 생선뼈. 백제인이 생선 젓갈을 담가 먹었음을 보여준다.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경당지구 9호에서 발견된 생선뼈. 백제인이 생선 젓갈을 담가 먹었음을 보여준다.
다음 중 고대 백제인이 즐겨 먹지 않았던 음식은 무엇일까.

1. 쌀밥 2. 젓갈 3. 회 4. 김치 5. 불고기

2000여 년 전 한강변에 터전을 마련하고 왕국을 발전시킨 백제인들은 일찍부터 벼와 조, 수수, 보리를 경작했고 채소와 어패류, 육류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해먹었다. 이들은 특히 육류보다는 어패류를, 불에 구워 먹는 화식(火食)보다는 삭혀 먹는 발효 음식을 더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백제 왕성인 풍납토성에서는 생선 젓갈을 만들고 김치를 담근 흔적이 발견된다.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 백제전(百濟傳)에서도 “백제는 화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북 익산 왕궁리의 대형 화장실 유적에서는 채소 섭취 시 감염되는 편충, 회충과 민물고기를 회로 먹을 때 생기는 간흡충 등의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 반면에 육식할 때 생기는 조충의 알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점으로 볼 때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음식 중 5번 불고기를 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백제 시대 남성용 소변기인 호자(虎子). 호랑이가 꿇어앉아 입을 벌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백제 시대 남성용 소변기인 호자(虎子). 호랑이가 꿇어앉아 입을 벌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내년 2월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백제의 맛-음식이야기’ 기획전은 백제 왕성인 풍납토성 및 몽촌토성 출토 고고학 성과를 중심으로 백제인의 먹을거리 문화를 정리한 전시다.

특히 백제인이 맹독성 복어를 젓갈로 담가 먹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어류와 채소류를 저장하는 왕실 전용 식재료 창고로 쓰였던 풍납토성 내 경당지구 196호 건물터에선 70여 점의 대형 항아리가 발견됐다. 그중 33개는 중국에서 수입된 유약 바른 토기(시유도기·施釉陶器)인데, 그 안에서 참돔과 복어 뼈가 출토된 것이다. 당시 발굴 조사를 진행한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복어 뼈는 백제인이 복어를 젓갈로 담가 먹었던 흔적”이라며 “복어 젓갈은 당시 고급 저장식품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시유도기와 복어 뼈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백제 지배층은 꿩고기와 술을 즐겼으며 음주 후에는 숙취 해소를 위해 중국산 차를 마셨다. 밥은 시루에 쌀을 넣고 찐 형태였는데 왕족, 귀족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서민은 밥 대신에 죽, 특히 아욱을 넣은 죽을 많이 먹었고 동치미와 된장, 계란도 즐겼다. 주로 어패류를 발효시킨 식해와 젓갈은 고급 음식이라 서민층이 즐겨 먹지는 못했다.

요강 모양의 백제 시대 여성용 변기.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요강 모양의 백제 시대 여성용 변기.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전시에서는 백제의 음식 문화와 관련된 각종 유물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와 집 안의 난방을 책임졌던 부뚜막, 시루에 찐 밥, 서민과 귀족의 밥상, 제사상 등을 재현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남성용 휴대 소변기인 호자(虎子)와 요강 모양의 여성용 변기, 화장지를 대신한 뒤처리 막대, 화장실 터에서 발견된 기생충 자료, 백제 시대 화장실 모형 등도 전시한다.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02-2152-591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백제인#백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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