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독일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한국의 베토벤’이라는 수식어가 그를 늘 따라다녔다. 연주 제의가 들어오면 대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이었고, 리사이틀의 앙코르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이었다.
피아니스트 유영욱(35·연세대 교수)은 그 틀을 넘어서 보기로 했다. 그의 변신은 15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예술가의 초상’ 첫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일 만난 그는 “지금까지 잘 다뤄보지 않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앞으로 스페인 음악과 현대 음악으로까지 지평을 넓히기 위한 첫걸음 같은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퍼토리 중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그라나도스 ‘고예스카스’ 중 ‘사랑의 말’은 그동안 그가 연주해본 적이 없는, 처음 익히는 곡이다. 모차르트 론도 D장조는 2000년 스페인 산탄데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쳤고,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은 해외에선 여러 차례 연주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음악 애호가였던 그의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이름 ‘영욱’을 아들에게 붙여주었다. 영욱은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작품 발표회를 열어 직접 피아노를 치는 ‘음악 신동’이었다. 중학교 때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들어간 후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길을 걸었지만 여행가방을 들고 세계를 누비는 전문 연주자로서의 삶은 그와 맞지 않았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고 2009년 최연소 연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연주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의 연주에 더 무게를 둔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촉수는 여러 방면으로 뻗어 있다. ‘데자뷔’라는 400쪽짜리 영문 미스터리 소설의 초고를 썼고, 물리 수학 등 과학서적, 역사서, 소설까지 두루 읽는다. 짬이 나면 바둑TV나 게임TV도 즐긴다.
“‘깨달은 사람의 발걸음만 봐도 깨달음의 깊이를 알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음을 단순하게 기술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과 고민을 통해 하나의 음에서도 인간적인 깊이가 전해지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2만∼3만 원.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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