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영혼을 울리는 32명의 불협화음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가 어디 있으랴!
홀트일산복지타운 장애인 합창단, 공연준비 구슬땀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또 한 번의 감동을 세상에 줄 준비를 하고 있다. 단원 32명은 움직이지 않는 근육으로, 마음대로 벌려지지 않는 입으로, 1년에 걸쳐 외웠지만 여전히 다 외우지 못한 가사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왼쪽 첫 번째 줄 위부터 이은경, 윤정순, 정은숙, 김하나, 강민지, 한송이, 김지원, 문현기, 주예원, 최원석, 추은총 두 번째 줄 위부터 백수희, 최영은, 박순구, 한대영, 박숙희, 강승연, 신용호, 김혜영, 서희목, 김신화, 김현군, 김유정 세 번째 줄 위부터 박지혜, 주상희, 임진규, 박진규, 최정원, 이혜정, 추한솔, 정동호, 서유정. 고양=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또 한 번의 감동을 세상에 줄 준비를 하고 있다. 단원 32명은 움직이지 않는 근육으로, 마음대로 벌려지지 않는 입으로, 1년에 걸쳐 외웠지만 여전히 다 외우지 못한 가사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왼쪽 첫 번째 줄 위부터 이은경, 윤정순, 정은숙, 김하나, 강민지, 한송이, 김지원, 문현기, 주예원, 최원석, 추은총 두 번째 줄 위부터 백수희, 최영은, 박순구, 한대영, 박숙희, 강승연, 신용호, 김혜영, 서희목, 김신화, 김현군, 김유정 세 번째 줄 위부터 박지혜, 주상희, 임진규, 박진규, 최정원, 이혜정, 추한솔, 정동호, 서유정. 고양=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다들 얼음 해! 움직이지 마!” 천장이 높은 교회 강당이 중년 남성의 굵고 나직한 호통으로 왕왕거렸다. 박제응 지휘자(48)가 겨우 맞춰놓은 합창 대열은 10초도 되지 않아 흐트러졌다. 누군가는 좌우로 몸을 계속 흔들고 누군가는 주저앉았다. 지각한 단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열에 들어서고 일부 단원은 어디로 가는지 말도 없이 대열을 이탈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호통과 수다, 작은 흥분, 여기에 30여 명이 만들어내는 각자의 부산한 움직임이 더해져 강당은 더 왕왕거린다. 한 자리에 10초 이상 그대로 서 있게 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합창단. 지휘자는 합창단의 무질서함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작은 지적을 반복하며 천천히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10여 분. 때가 됐다는 듯 지휘자가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허공을 섬세하게 휘젓더니 그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 “나 지치고 내 영혼 연약할 때….” 피아노 선율이 따라 나오고 단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휘자의 입과 손길에 집중한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누군가의 아이 같은 목소리 하나가 더해진다. “근심 속에 내 마음 무거워….” 목소리에 목소리가 보태지고 32명은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 둘 입을 모은다.

지난달 29일 낮.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 강당. 지적장애, 지체장애, 뇌병변 등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이 이번 달 20일 정기공연을 앞두고 합창 연습을 시작했다.

지휘자 선창하고 따라 불러


연습이 이어진 1시간 동안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에서는 기존 합창단에서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현기(문현기·11·지적장애 1급)는 대열에서 노래를 부르다 말고 두 팔을 높이 들어 머리를 가볍게 툭툭 치더니 스스로를 연신 쓰다듬었다. 노래하던 중 바닥을 보며 조는가 싶더니 뭔가 아는 가사가 나왔다는 듯 갑자기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선천적 색소결핍증(알비노증)에 걸려 온몸과 머리카락이 모두 새하얀 대영(한대영·54·지적장애 1급) 씨는 합창하는 내내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햇빛에 약해 늘 눈을 찌푸리고 다니는 그는 노래하는 와중에도 눈을 감고 있었다.

목소리를 맞춰 같은 선율로 부르는 것이 합창이지만 이들의 합창에서는 종종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쑥불쑥 도드라지게 들렸다. 유정이(서유정·9·여·지적장애 2급)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지체장애 1급 혜영(김혜영·37·여) 씨의 오그라든 손을 힘겹게 부여잡고서 뭐가 그리 좋은지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목소리는 조화를 깨고 툭툭 불거져 나왔다.

이 합창단에는 글을 읽지 못하거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단원이 많다. 합창단은 매년 오디션을 거치거나 추천을 받아 뽑는 신입 3∼5명과 기존 단원을 포함해 33∼35명으로 구성되지만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해가 거듭돼도 늘 9명 정도에 그친다. 연습 도중 일부 단원들이 노래를 갑자기 멈추는 것도 가사를 몰라서다.

이런 악조건은 오히려 그들이 동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지휘자와 더 깊이 교감하게 한다. 여느 합창단과 달리 지휘자가 합창 때 같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도 단원들이 그의 노랫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1999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지휘자를 악보 삼아 노래를 불러왔다.

노래가 거듭될수록 지체장애인 단원들의 근육은 이제 노래를 그만하라고 시위하듯 더욱 심하게 오그라들고 뻗치기를 반복한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상희(주상희·41·여) 씨 머리는 노래하는 내내 왼쪽으로 완전히 꺾여 어깨와 맞닿아 있다. 입술은 누군가 대각선 방향으로 잡고 한껏 당기는 듯 길게 벌어진 상태다. 가사를 정확히 발음하려 애써 보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는 근육은 노래 한 소절 제대로 발음하거나 목에서 제대로 된 소리 한번 내뱉는 일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상희 씨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가사에 맞춰 입술만 크게 움직인다.

휠체어에 앉은 혜영 씨의 목은 억지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려는 듯 꺾여 있다. 마비된 팔은 제멋대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혀는 노래하는 중간에도 불쑥불쑥 입술을 박차고 나온다. 그 혀로, 그 목으로 노래를 부른다. 휠체어 옆에 서 있는 딸 같은 유정이의 손을 꼭 잡은 그는 노래 한 소절만 불러도 식은땀을 줄줄 흘린다. 그러나 마비된 근육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행복하게 웃는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자 그는 허공에 뜬 팔을 미세하게 떠는 방식으로 춤을 춘다.

그런 그들이 힘겹게 만들어내는 소리는 박자도 음정도 맞지 않는 불협화음이다.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네요?” 기자가 물었다. 합창단을 담당하는 유현성 홀트타운 사회복지사(33)가 말했다. “그들이 죽을힘을 다하고 비틀어지는 근육의 고통을 참아내며 겨우 만들어낸 영혼의 소리예요. 혼신의 힘 그 자체예요. 이 소리를 내는 데 얼마나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사연을 조금이라도 알고 들으면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실 거예요.” 다시 그들을 봤다. “열망 없는 그런 삶은 없으리. 끊임없이 고동치는 가슴….” 혜영 씨와 유정이는 노래가 절정에 달할수록 맞잡은 손을 더 꼭 쥐었다.

합창은 가장 좋은 약

2010년. 혜영 씨가 생활하는 홀트타운 내 생활동에 작고 새카만 아이가 왔다. 버려진 뒤 일반 보육 시설에서 지내다 지적장애 판단을 받고서 홀트타운으로 온 유정이였다. 상처가 가득했던 유정이는 마음을 굳게 닫았다.
발음 어렵지만… 목 터지도록 세상과 소통하니 행복합니다

늦가을이 완연한 홀트타운 잔디밭에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이 단복을 입고 줄지어 섰다. 박제응 지휘자는 허공에 선율을 그리는 섬세한 손길로 32명 단원의 영혼의 소리를 끌어내고 있다. 고양=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늦가을이 완연한 홀트타운 잔디밭에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이 단복을 입고 줄지어 섰다. 박제응 지휘자는 허공에 선율을 그리는 섬세한 손길로 32명 단원의 영혼의 소리를 끌어내고 있다. 고양=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누가 말을 붙여도 말을 하지 않고 손으로 자신의 몸만 연신 두들겨대던 유정이는 점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돼 갔다.

“조그만 게…정말 안쓰러웠어요. 30년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제가 그 나이 때 왔거든요.” 침대에 누워만 있어 귀에 욕창이 생긴 혜영 씨가 방으로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열었다. “꼬매아. 꼬매아(꼬맹아).” 유정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혜영 씨는 포기하지 않고 부르고 또 불렀다. 몇 번 부르고 나면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유정이는 혜영 씨를 못 본 척하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99년 장애인들의 자활 치료를 위해 합창단이 창단될 당시부터 합창단 멤버였던 혜영 씨는 매일 근육 경직이 오고, 언제 간질 발작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몸’을 끌고 합창 연습에 갔다. 한 방을 쓰는 승연이(강승연·15·여·지체장애 2급)와 함께였다. 연습 후 돌아오면 혜영 씨의 마비된 근육 사이사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합창을 하면서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유정이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정이는 합창단에 들어가 한 달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상처를 모두 털어버리려는 듯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그때부터 유정이는 합창할 때 늘 휠체어에 앉은 혜영 씨 옆에 서서 손을 놓지 않았다.

상희 씨도 마찬가지였다. 온몸의 근육이 뒤틀린 그는 분홍색 아이섀도에 볼터치까지 하면 장애가 좀 가려질까 싶어 외출할 때면 늘 곱게 화장을 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렵게 탄 버스는 그의 장애를 배려하지 않았고 급정거, 급출발을 해 상희 씨가 버스 통로에 나뒹굴게 했다. 세상은 급출발하듯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느리게 살아야 하는 상희 씨는 지쳐만 갔다. 오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은 가닥을 셀 수 있을 정도만 남기고 모두 빠져버렸다. 그런 상희 씨에게 복지사가 물었다. “합창을 해볼래요?” “저 노래 못해요. 알잖아요.” 복지사가 말했다. “입 모양으로만 해도 돼요. 우리가 하는 건 그냥 노래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잖아요.” 일주일간 고민하던 상희 씨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저…합창단 할게요.”

지난달 31일, 상희 씨는 홀트타운 내 보호작업장에서 김장 봉투 접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단 한 장의 봉투를 접는 데 5분이 걸리는 그가 일을 하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세상 살기가 어려웠어요. 늘 마음이 아팠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았는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말이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합창을 하니까 이제야 세상과 대화할 수 있게 됐어요. 저한테 합창은 대화하는 거예요. 입 모양만 그렇게 하는 거지만요.” 분홍색 아이섀도가 곱게 발린, 통제되지 않은 눈 근육이 떨리며 웃었다.

일반 학교에 다니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유 없이 폭행을 당했던 하나(김하나·30·여·지체장애 3급) 씨는 합창을 한 뒤로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를 둘러싸고 꼬집고 폭행했던 친구들은 하나 씨의 꿈에 귀신이 돼 나타나 그 시절처럼 그를 때렸다. 귀신들은 그가 합창을 하면서 다 사라졌다. “합창을 하면 가슴이 떨려요.” 중학생 같은 앳된 외모의 하나 씨가 아이처럼 웃었다.

가족에게서 버려진 뒤에도 장애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거나 가족과 함께 살지만 여전히 편견에 시달리며 고립된 이들. 그들에게 합창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치유이자 소통이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단원 중 일부는 합창을 하면서 처음 한강을 봤고 “와, 바다다!” 하고 외쳤다. 핫도그를 처음 보고 “햄버거다”라고도 했다. 그들은 합창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처음으로 세상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보기도 한다. 혜영 씨는 몇년 전 공연에서 솔로곡을 불렀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 온전한 눈짓으로… 마치 날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하네요….” 제대로 발음되지도 않는 혜영 씨의 둔탁한 소리가 공연장 곳곳에 퍼졌다. 소리 중 절반 이상은 거친 숨소리였지만 세상은 그때 처음으로 지체장애 1급인 혜영 씨의 목소리와 마음을 들었다.

“자, 오늘은 즐겁다!”

지난달 31일 낮 12시. 대영 씨가 대형 세탁기 앞에 서서 춤추듯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이곳은 홀트타운 300여 명 장애인의 옷, 침구 등을 세탁하는 곳이다. 그는 세탁기에 난 조그만 창으로 빨래가 돌아가는 걸 지켜보며 노래를 불렀다. “오늘 이거 빨리 하고 노래하러 가야 돼요. 노래는 뭐든지 다 좋아요.” 대영 씨가 세탁물을 빼내 건조실로 한달음에 달려가며 크게 외쳤다. “오늘 즐겁다!”

직업 훈련과 쇼핑백 끈 끼우기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보호작업장에서는 순구(박순구·40·지적장애 2급) 씨가 달력을 11월로 넘기고 있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그는 돋보기를 쓰고 달력에 딱 붙어 공연날인 ‘20일’을 찾아 유심히 쳐다봤다. 그리고 시계를 한 번 보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쇼핑백 끈을 끼우기 시작했다. “노래하러 가는 날은 이걸 더 빨리 끼워야 돼요.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 더 좋은 소리도 나오죠.” 그는 “사람들이 우리 노래가 감동적이래요. 사람들이 울고 박수치고 하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크게 불렀다.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있던 혜영 씨도 합창 연습이 있는 이날 오랜만에 합창단복을 꺼내 입고 있었다. 단복 치마 아래로 보이는 그의 다리는 앙상했지만 악보를 챙겨든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풍성해 보였다. 유정이도 작은 단복을 꺼내 입고서 혜영 씨의 휠체어를 밀며 함께 강당으로 향했다. 유정이는 어눌한 말투로 “혜영이 언니는 엄마 같아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단원들이 다시 강당에 모였다. 오랜만에 단복을 차려입은 그들이 입장 연습을 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입장하는 내내 누군가는 걸음을 따라가지 못해 천천히 걸었고, 누군가는 사춘기 소녀처럼 지휘자의 작은 행동에도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누군가는 이유 없이 멈춰 섰다. 세탁실 일이 늦게 끝나 뒤늦게 달려온 대영 씨와 다른 단원들이 합류하며 다시 대열은 흐트러져 입장 연습을 다시 해야 했다.

10여 일 뒤면 그들은 다시 한 번 매년 가을 열리는 정기 공연 무대에 서게 된다. 그러면 연습한 대로 입장을 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들이 입장하고 무대에 서는 일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008년 11월 한 단원이 합창에서 솔로를 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진 그는 충격으로 얼굴과 입이 다 찢어졌다. 공연장 로비에 피가 흥건했다. 지적장애 3급인 신화(김신화·21·여) 씨는 병원에서 합창 공연을 한 뒤 무대에서 내려오다가 긴장감이 풀리면서 발작을 일으켜 그 병원에 그대로 입원하기도 했다.

대부분 심하게 긴장하고, 그렇게 긴장하면 언제 발작을 일으켜 단단한 땅에 머리를 부딪칠지 모르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언제 몸이 악화돼 합창단 생활을 못하게 될지 모르지만 무질서한 대열에서 각자 따로 노래를 하며 이따금씩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 그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그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세상이 관심을 가져주고 박수를 쳐줘 ‘마음이 좋다’고 했다.

그들은 입 모양으로, 튀는 큰 목소리로, 가끔은 멈췄다가 가사를 아는 부분에서 가서야 다시 크게 부르는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세상이 나를 미워해도… 나는 사랑하겠소.” 홀트장애인합창단이 그들을 이끄는 지휘자의 소박한 손길 앞에서 14년째 세상에 감동을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고양=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합창단#박제응#홀트장애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