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진짜 스시는 입안서 밥알이 스르르 풀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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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쇼 총괄조리장 출신 스나가와 야스오, 서울서 정통 일식 선보여

스나가와 야스오 씨는 “스시는 셰프가 갓 지었을 때가 가장 맛있으므로 스시 식당에서는 주방 앞 바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스나가와 야스오 씨는 “스시는 셰프가 갓 지었을 때가 가장 맛있으므로 스시 식당에서는 주방 앞 바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작지만 다부진 몸매에 군인처럼 짧게 머리를 깎은 초로의 주방장 스나가와 야스오 씨(59).
그는 굳이 명찰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일본인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극도의 절도와 겸손이 몸에 배어 있는, 올해로 스시 쇼쿠닌(職人)이 된 지 42년째인 베테랑이다.
스나가와 씨는 일본 내에 20여 개 브랜드, 965개 점포를 거느린 대형 외식업체 다이쇼의 총괄조리장 출신이다. 두 달 전 ‘강남스타일’의 중심부, 청담동의 정통 일식 레스토랑 스시모토에 총주방장으로 부임한 그를 12일 오후 만나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준비하면서 스시를 짓는 스나가와 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독특한 손놀림이었다.

스나가와 씨는 왼손 손바닥 위에 생선회를 올려놓은 뒤 재빨리 오른손으로 적당한 양의 밥알을 쥐어 그 위에 얹었다. 이어 왼손으로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쥔 채 손목을 한 바퀴 돌리면서 스시 모양을 만들어 연이은 동작으로 완성된 스시를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많은 일식 주방장들이 생선회에 손가락으로 정성껏 밥알을 붙이고 모양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간단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나가와 씨는 자신의 스시 짓는 법을 ‘이테 데 아다라시 류(一手新流)’라고 불렀다. 밥알을 생선회에 얹는 일을 뺀 스시를 짓는 전 과정을 한 손으로 하는 것은 원래 일본 식당에서 주방장이 피크타임에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그는 “내 스타일은 단지 빨리 스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손으로 스시를 짓는 이유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재료를 여러 차례 만지는 과정에서 주방장의 체온이 스시에 전달돼 맛이 떨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왼손만으로 스시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식감을 높이기 위해 스시 안에 적당한 공기를 집어넣기 위해서다. 스나가와 씨는 “제대로 된 스시는 입에 넣었을 때 밥알이 스르르 풀려야 하는데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공기”라고 말했다. 그가 스시를 서빙할 때 재료의 종류에 따라 적당한 소스를 미리 발라서 내놓는 것도 갓 지은 스시의 식감이 손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스시를 짓는 모습을 즐기기를 바라는 것도 스나가와 씨가 한 손으로 스시를 짓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스시를 짓는 기술까지 맛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제대로 된 스시 쇼쿠닌”이라고 말했다.

스나가와 씨는 “중학교 때 동네 식당에서 스시를 맛보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은 것이 스시의 세계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교에 진학하는 대신 식당을 전전하며 스시 짓는 법을 배웠다. 한 손으로 스시를 짓는 현재 스타일을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무려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일본 현지에서 스나가와 씨는 에도마에 스시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해낸 스시 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 일식당 ‘만요’에서 스시 가이세키(會席)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권오준 셰프와는 아사쿠사에 있는 109년 전통의 식당 ‘스시하쓰(壽司初)’에서 동료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스나가와 씨는 한국 생활에 차차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스시모토를 찾는 손님들과의 소통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는 대화를 하면서 손님 기분도 파악하고 음식량도 조절했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어 통역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곁에 두고 손님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나가와 씨의 목표는 스시모토를 서울에서 제대로 된 일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일이다. 그가 스시모토 총주방장을 맡은 뒤 메뉴판에서 한국식 냄비요리를 없애고 전채부터 디저트용 화과자까지 모든 메뉴를 정통 일본식으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스시모토의 손님은 대부분 일본을 여러 차례 다녀본 이들”이라며 “그들이 이곳에서 마치 긴자에서 스시를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스시#스나가와 야스오#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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