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패션의 영감을 찾아 난 오늘도 세계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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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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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캘빈클라인’ CD 케빈 커리건 e메일 인터뷰

ck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빈 커리건(앞쪽)이 5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이벤트에 참석해 올 가을 겨울 트렌드가 담긴 
의상으로 단장한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커리건 디렉터는 ck캘빈클라인 외에 캘빈클라인 브랜드 디자인도 총괄하고 있다. 
ck캘빈클라인 제공
ck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빈 커리건(앞쪽)이 5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이벤트에 참석해 올 가을 겨울 트렌드가 담긴 의상으로 단장한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커리건 디렉터는 ck캘빈클라인 외에 캘빈클라인 브랜드 디자인도 총괄하고 있다. ck캘빈클라인 제공
5월 서울에서 열린 디지털 아트 관련 이벤트 ‘월드 오브 캘빈클라인 2012’ 참석차 내한한 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빈 커리건은 마치 미국 서부 영화 주인공 같은 인상이었다. 미니멀함을 목숨으로 생각하는 브랜드답게 블랙 셔츠로 멋을 내긴 했지만, 카우보이 모자 하나만 곁들여도 어울릴 듯 다부진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중년의 연륜이 느껴지는 자신감 있는 눈빛도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캘빈클라인 컬렉션, ck캘빈클라인 등 여러 브랜드를 각기 다른 디자인 수장이 이끌고 있는 ‘캘빈클라인’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커리건 디렉터는 ck캘빈클라인과 캘빈클라인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섹시하고 도시적이며 트렌디하고 젊은’ 감성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는 ck캘빈클라인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국내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6일 공식적으로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WEEKEND3.0은 이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엿보고 싶었다. “늘 여행 중”이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는 그는 e메일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을 단독 매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 소감을 전했다.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ck캘빈클라인의 첫 플래그십스토어 내부. 역동적인 포즈를 취한 마네킹, 빛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특히 돋보였다. SK네트웍스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ck캘빈클라인의 첫 플래그십스토어 내부. 역동적인 포즈를 취한 마네킹, 빛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특히 돋보였다. SK네트웍스 제공
“한국 고객들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고 미니멀함과 모던함, 그리고 혁신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ck캘빈클라인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욕심이죠.”

한국 소비자들의 캘빈클라인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캘빈클라인은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 시장에 소개됐고, 그 기간 동안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에 영향을 받았어요. 5월 열린 글로벌 행사가 디지털 아티스트 백남준 씨를 위한 헌정 성격으로 기획될 정도였죠. 그가 ‘미래는 지금이다’라고 말했듯, 한국인들도 미래를 디자인하고 모던함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캘빈클라인을 기억해줬으면 해요.”

디지털 아트 관련 멀티 브랜드 행사로 방한했을 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서울역 꼭대기에서 맞은편 서울스퀘어 전면에 장착된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비친 디지털 아트를 감상했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특히 라파엘 로젠달이 만든 ‘디지털 키스’는 정말 로맨틱했죠. 이 아름다운 영상을, 함께 방한한 케이트 보스워스와 그의 약혼자인 영화감독 마이클 폴리시 등 좋은 사람들과 함께 봤기에 더 기억에 남네요. 호텔에서 보이는 남산의 이미지, 생기 있는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도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다양한 캘빈클라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속에서 ck캘빈클라인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어느 정도인가요.

“ck캘빈클라인은 최고급 브랜드 ‘캘빈클라인 컬렉션’의 브리지 라인(합리적인 가격대에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이에요.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지만 최고급 소재와 혁신적인 디자인이라는 원칙을 고집하죠.”

1992년 론칭한 이 라인은 1990년대를 상징하는 X세대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캘빈 클라인은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한 바 있다. 브랜드의 힘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실용적이고 개성 넘치는 세대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대,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예술과 실용 동시에 살려주는 미니멀 완벽주의에 자부심▼

ck캘빈클라인이나 캘빈클라인은 모두 입으면 편하지만 이미지 자체는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지극히 도시적인 브랜드인 것 같아요.


ck캘빈클라인의 올 가을 겨울 신제품들. 이 브랜드는 미니멀하면서도 관능미가 깃든 디자인을 표방한다. SK네트웍스 제공
ck캘빈클라인의 올 가을 겨울 신제품들. 이 브랜드는 미니멀하면서도 관능미가 깃든 디자인을 표방한다. SK네트웍스 제공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본인이 주장했던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컬렉션, 그리고 완벽주의적인 그의 면모는 (그가 회사를 매각하고 떠난)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저의 예술 세계 또한 캘빈클라인이 추구하는 세계, 그리고 바우하우스 운동(건축을 주요 이념으로 삼고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를 강조해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려는 운동)이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1942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캘빈 클라인은 랠프 로런, 도나 캐런과 더불어 ‘아메리칸 스타일’을 정의한 미국의 대표 디자이너로 꼽힌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뉴요커 룩’의 정서를 보여주면서도 성적(性的) 표현의 금기에 도전한 광고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5세였던 브룩 실스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킨 캘빈클라인 진 TV광고는 지금까지 마케팅 담당자들이 스터디 사례로 삼는 ‘노이즈 마케팅’의 정수다. 도발적인 눈빛의 브룩 실스는 ‘나와 캘빈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나요?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멘트를 날리며 논쟁에 휩싸였다. 광고가 나오기 전인 1978년 개봉된 영화, ‘프리티 베이비’에서 창녀의 딸로 출연한 브룩 실스의 성적 이미지를 연결한 의도가 불쾌하다는 것이 이 광고를 비난하던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후 등장한 ‘옵세션’ 향수 광고도 포르노그래피와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로 논란이 됐다. 캘빈 클라인은 2003년 회사를 필립스반호이젠(PVH)에 매각하고 떠났고 현재 브랜드 관련 일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1월부터 SK네트웍스가 ck캘빈클라인의 파트너 회사가 된 이후 영업망과 마케팅이 한층 강화되는 느낌입니다. DKNY 타미힐피거 클럽모나코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SK네트웍스와의 ‘궁합’을 자평하자면….

“새 파트너를 맞으면서 올 상반기에 남성 1곳, 여성 2곳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고 하반기에는 남성 4곳, 여성 3곳의 매장이 새로 생기는 등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잘 키워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글로벌 사업의 핵심인 만큼 새 파트너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으로서 최근 열린 런던 올림픽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아요. 영국 브랜드들이 총출동한 폐막식 패션쇼도 특이했고요.

“영국인들은 영국을 위해 어떻게 축배를 드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음악 예술 패션 건축 영화 역사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영국적인 요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 행사였다고 생각해요. 4년 뒤 브라질에서 열릴 올림픽이 과연 올해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여행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어요.

“저는 주로 뉴욕에서 생활하고 주말엔 롱아일랜드의 벨포트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상 제 인생의 상당수를 ‘하늘’(비행 여행)에서 보내고 있어요. 지난 20년간 숨가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각 나라의 특수성과 문화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게 큰 축복이죠.”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그러하듯 그의 답변지에도 시적이고 추상적이지만, 곱씹어 보면 혜안이 숨어 있는 글자들이 가득했다. 그는 올가을 뉴요커처럼 시크하게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조각처럼 구조적이면서도 섹시한 아이템”을 추천했다. 또 “구치 매장에 이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가 좋아하는 흰색 꽃이 늘 꽂혀 있는 것처럼, 새 플래그십 매장엔 당신의 어떤 면이 녹아 있나”는 질문에는 “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면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플래그십스토어를 둘러보니 이 모호한 답변들을 해석하는 힌트는 ck캘빈클라인 플래그십스토어 내 마네킹에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역동적인 포즈로 옷의 섹시함과 실용성을 모두 보여주는 마네킹들은 한목소리로 응답했다. “젊음을 과시하라, 자신감을 가지라. 그것이 진정한 패션이다”라고….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역시 여러 인터뷰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우리가 파는 것은 하나의 애티튜드(태도)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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