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조들은 기생충에 시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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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훈 교수, 미라 18구 분석

대한민국은 한때 ‘결핵 왕국’으로 불렸다. 1960년엔 환자 수가 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16만 명대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조선시대 조상들도 결핵에 많이 걸렸을까.

정답은 ‘아니요’다. 16∼18세기 사망한 조선시대 미라(썩지 않은 상태로 보관된 시체) 18구를 연구해온 신동훈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당시 미라 시료(試料)에서 결핵균 유전 물질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조선시대 결핵이 전국에 만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인구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이었고 인구밀도 또한 높지 않아 결핵이 널리 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미라에선 충치 역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정제 설탕을 다량으로 먹기 시작한 시기가 19세기부터인 것과 연관이 있다. 또 조선시대 미라에는 외상이 별로 없다. 신 교수는 “미라는 회곽묘(灰槨墓·관 주변에 석회를 바른 묘)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주로 신분이 높은 이들의 무덤이었다. 이들이 별다른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고 비교적 평탄하게 살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람 대부분은 각종 기생충과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라 18구 중 9구(50%)에서 회충 유전 물질이, 14구(77.8%)에서 편충 유전 물질이, 5구(27.8%)에서 각각 간흡충(간디스토마)과 폐흡충(폐디스토마) 유전 물질이 발견됐다. 신 교수는 “민물생선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습관이 당시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생충 감염률은 2% 미만이다.

신 교수는 “미라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질병 정보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앓는 질병과의 연관성도 밝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17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대한의원 제1회의실에서 ‘미라를 통해서 본 조선시대의 질병’에 대한 발표 및 세미나를 진행한다. 02-2072-263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채널A 영상] 조선시대 남녀 평균키 161-149cm



#결핵#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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