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미니스커트 창시자 퀀트의 삶-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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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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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퀀트:여자를 완성한 여자/메리 퀀트 지음·노지양 옮김
332쪽·1만3000원·책읽는수요일

뜨거운 여름 수영장에서 여성들의 눈가가 판다처럼 되지 않는 것도, 짧은 핫팬츠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책의 저자 메리 퀀트 덕분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없어 국내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1960, 70년대엔 코코 샤넬,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어깨를 나란히 한 패션 디자이너였다. 방수 마스카라, 핫팬츠, 미니스커트와 팬티스타킹이 ‘패션의 대중화’를 표방한 그의 손에서 창시됐다. 비틀스와 함께 영국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1966년에 대영제국 훈장도 받았다. 이 책은 올해 78세를 맞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성공비결을 다뤘다.

20세기 초반 영국은 패션의 불모지였다. 당시 패션은 귀족들의 전유물로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성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어 회색빛의 칙칙한 도시를 컬러풀한 공간으로 바꾸려는 열정이 있었다. 모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그는 의사인 오빠에게 빌린 의료용 바늘로 손바느질을 했다. 의료용 바늘을 쓰면 바늘에 찔려도 모자에 핏자국이 남지 않아서였다.

그가 디자인한 옷들은 여성해방운동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1955년 옷가게를 내자 그가 디자인한 무릎 위 5∼10cm의 미니스커트와 짧은 드레스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가게 창문을 툭툭 치며 욕하는 행인도 많았다. 무릎을 살짝 덮는 치마라인을 ‘가장 우아한 선’으로 고집했던 샤넬이 그를 싫어한 것은 당연했다. 다른 디자이너들도 “천박하고 허울만 넘친다”며 그의 디자인을 혹평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비난을 뒤엎고 패션의 변방이었던 런던을 패션의 메카로 탈바꿈시킨 주역이 됐다. 밥(보브) 커트의 전 세계적인 유행에도 비달 사순과 함께 그의 역할이 컸다.

평이한 문장이 읽기 쉽지만 ‘버터윅 브랜드의 패턴’, ‘프레이피-프룬’, ‘퍼티’, ‘프레이프드신으로 된 셔츠’ 등 낯선 패션용어가 독해를 방해한다. 그의 성공 스토리나 바람둥이 남편과의 사생활은 흥미롭지만 명성을 이어가지 못한 실패담이나 그 극복기는 부족하다. 재료는 싱싱한데 그 풍미를 살려줄 양념이 부족한 느낌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책의 향기#실용 기타#메리 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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