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설’ 티아라 사태가 시사하는 문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16시 10분


코멘트

기획사 주도로 팀 탄생, 과열 경쟁 원인

왕따설에 휩싸인 걸그룹 티아라의 소속사가 멤버 화영을 팀에서 방출함에 따라 그룹 내 팀워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이 같은 발표에 앞서 티아라의 일부 멤버들이 화영을 겨냥한 듯한 글을 연이어 올리며 '화영 왕따설' '불화설'을 야기한 터라 소속사의 부인에도 이번 사태를 보는 네티즌의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활동하는 시장에서 그간 소녀시대의 태연, 카라의 박규리, 애프터스쿨의 유이, 티아라의 보람 등 일부 멤버의 '왕따설' '불화설'은 사실 여부를 떠나 네티즌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6집 발매 기자회견에서 "그룹들을 보면 멤버끼리 사이 안 좋은 팀이 99%"라며 "현존하는 가수 중 사이좋은 팀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K팝이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시점에서 그룹의 내분은 한류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룹 내 갈등의 원인과 기획사 차원의 방지 대책을 짚어봤다.

▼갈등 왜?…기획사 주도 그룹의 태생적 한계 = 음악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는 아이돌 그룹들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출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르 몽드 등 일부 해외 언론이 지적했듯이 기획사들의 주도 하에 멤버들을 조합해 문화 상품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잠재해 있던 불씨라는 것.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요즘 아이돌 그룹은 음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뭉치고 성장한 팀이 아니라 기획사가 인위적으로 꾸린 팀"이라며 "과거 팀들은 음악적인 문제가 해체 사유였지만 팀 내 관계의 문제는 아니었다. 멤버를 조합해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부각된 균열"이라고 설명했다.

한 걸그룹 기획사의 이사도 "10-20대의 어린 친구들이 어느 날 뭉쳐 합숙 생활을 하면서 미묘한 성격 차를 경험한다"며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에 갈등이 불거진다"고 덧붙였다.

또 그룹 내 과다 경쟁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특정 멤버가 독보적인 인기를 얻으면 갈등이 부각된다.

실제 한 걸그룹은 특정 멤버의 개별 활동이 두드러지자 멤버들과 이들의 부모가 이의 제기를 하면서 기획사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일부 기획사는 인기 있는 멤버가 벌어들인 개별 수익을 다른 멤버들과 동등하게 배분하고 있다.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의 홍보팀장은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는 직업이기에 특정멤버가 인기를 얻으면 감정 컨트롤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요즘은 멤버 수가 많은데다가 데뷔 당시 멤버에서 증원 및 교체가 잇따라 새 멤버의 합류도 갈등의 소지가 된다.

한 음반기획사 매니저는 "멤버 교체 여부가 과다한 경쟁을 부추기는 게 사실"이라며 "연습생 생활 끝에 인기를 얻은 그룹의 멤버들은 새 멤버가 그 인기에 편승했다는 생각으로 반감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갈등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특정 멤버가 '왕따'를 당하는 일도 있다.

과거 한 그룹에서 활동한 한 여성 멤버는 "연습할 때도, 식사를 할 때도 다른 멤버들이 말을 걸지 않았다"며 "방송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부작용은?…K팝 확산에 부정적 = 가요 관계자들은 K팝이 국내외 팬들을 아우르는 상황에서 그룹 내 갈등 사태는 K팝의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30일 티아라 화영의 탈퇴에 대해 국내외 팬이 동시에 반응하고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몇 년 전 동방신기 사태는 기획사와 소속 가수의 문제였음에도 영국 BBC 등이 노예 계약 문제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했다"며 "팀 멤버 간의 불화가 잇따를 경우 K팝 팬들을 등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이돌 그룹의 주요 팬층이 청소년임을 감안하면 '왕따설'까지 불거진 티아라의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덕현 씨는 "티아라 문제는 국내 사회에서 돌아가는 관계의 문제를 대변해 준다"며 "사실과 차이가 있더라도 그룹들의 '왕따설'은 사회 내부에 퍼진 문제가 아이돌 그룹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발 방지 대책?…핵심은 소통 = 기획사 관계자들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기획사 및 멤버 간 소통을 꼽았다.

슈퍼주니어도 6집 기자회견에서 멤버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마음에 안 들면 주먹다짐도 하고 말다툼도 한다"며 "싸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멤버가 중재를 잘해준다. 항상 풀고 지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기획사는 멤버 사이에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소통한다.

한 음반기획사 부사장은 "마치 학교 선생이 학생과 상담하듯 멤버들이 모이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며 "심지어 멤버들의 부모와도 월 1회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다. 모두 멤버들 간의 문제 및 활동 상황,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감정적으로 힘든 가수들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해 심리 상담 등도 전개하기도 한다.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심리 상담 교수가 정기적으로 기획사를 방문해 가수 및 연습생들과 상담한다"며 "가수들도 상담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덕현 씨는 "티아라 사태의 핵심은 특정 멤버의 문제라기보다 멤버 간, 기획사 간에 소통이 안 된 것"이라며 "감정의 코칭을 위해서는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내적, 외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