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루이뷔통, 158년 명가를 지켜온 7가지 DNA 공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루이뷔통, 158년 명가를 지켜온 7가지 DNA 공개하다
파리서 만난 루이비통家 5세 파트리크 루이 “Be Creative!”

프랑스 아니에르에 위치한 루이뷔통 공방에서 제작하는 ‘스페셜 오더’는 각 고객의 취향과 쓰임새에 맞는 일대일 맞춤 제품이다. 스페셜 오더 제품의 초안을 잡기 위해 루이뷔통 측은 고객들과 약 2시간 동안 미팅을 갖고 의견을 교환한다. 루이뷔통 제공
프랑스 아니에르에 위치한 루이뷔통 공방에서 제작하는 ‘스페셜 오더’는 각 고객의 취향과 쓰임새에 맞는 일대일 맞춤 제품이다. 스페셜 오더 제품의 초안을 잡기 위해 루이뷔통 측은 고객들과 약 2시간 동안 미팅을 갖고 의견을 교환한다. 루이뷔통 제공
#1 지난달 26일 오후 5시경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뷔통 매장 앞.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3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이 너무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루이뷔통 측이 일정 인원 이상은 입장을 제한하다보니 항상 펼쳐지는 풍경이다. 대기 줄은 1시간 이상이 지나도 줄어들 줄을 몰랐다.

1973년부터 루이뷔통에서 근무한 파트리크 루이 뷔통 씨는 “뷔통 가문은 가족 전통을 중시하지만 시대에 앞서기 위해 혁신에도 관심을 쏟는다”고 강조했다. 루이뷔통 제공
1973년부터 루이뷔통에서 근무한 파트리크 루이 뷔통 씨는 “뷔통 가문은 가족 전통을 중시하지만 시대에 앞서기 위해 혁신에도 관심을 쏟는다”고 강조했다. 루이뷔통 제공
#2 또 다른 파리 중심가 방돔 광장. 샤넬, 불가리, 쇼메, 반클리프 아펠 등이 운영하는 고급 보석 매장이 즐비한 이곳에서는 조만간 문을 열 루이뷔통 매장의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매장에서는 고급 주얼리와 시계를 판매할 예정이다.

유럽을 강타한 재정·금융위기로 명품시장도 찬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하지만 루이뷔통을 아끼는 고객들의 사랑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루이뷔통은 세계 최대의 명품그룹인 LVMH가 거느린 수십 개 브랜드 중 하나이지만 매출, 영업이익, 상징성 등을 감안한 종합적인 그룹 내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54년 설립된 루이뷔통은 창업주 루이뷔통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루이뷔통 측은 창업자 가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루이뷔통의 이니셜을 딴 ‘LV’ 문양은 재단할 때도 가위를 대지 않는다. 루이뷔통 측은 “로고가 잘린 가죽을 썼다면 모두 가짜”라고 말할 정도다.

기자는 창업주의 5세손인 파트리크 루이 뷔통 씨를 27일(현지 시간) 만났다. 그는 파리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도시 아니에르에 위치한 루이뷔통 공방(워크숍)에서 특별 주문품(special order)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뷔통 씨는 고객들을 만나 주문을 받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제작과정을 총괄하고 장인을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년 300∼350건 정도의 스페셜 오더가 진행된다.

아니에르 공방은 1859년부터 1977년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루이뷔통의 유일한 공방이었다. 전 세계 루이뷔통의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적어도 한 번은 이곳에 들러 브랜드 정신을 몸에 익힌다. 일종의 ‘성지순례’인 셈이다. 이 공방 바로 옆에는 뷔통 가문이 5대째 거주해온 살림집이 자리 잡고 있다. 약 3시간에 걸친 뷔통 씨와의 인터뷰는 이곳의 거실, 주방, 정원 등을 오가며 이뤄졌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초일류 셰프가 조리한 프랑스식 정찬이 나왔다. 뷔통 씨는 가문과 브랜드, 장인정신, 마케팅 전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을 유머를 섞어 가며 거침없이 털어놨다. 그가 강조한 루이뷔통의 정신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1. 지킬 것은 지킨다.

루이뷔통의 아니에르 공방 바로 옆에는 뷔통 가문이 5대째 거주해 온 가정집이 있다. 아르누보풍의 화려한 색채와 장식이 인상적인 뷔통 패밀리 하우스의 응접실. 루이뷔통 제공
루이뷔통의 아니에르 공방 바로 옆에는 뷔통 가문이 5대째 거주해 온 가정집이 있다. 아르누보풍의 화려한 색채와 장식이 인상적인 뷔통 패밀리 하우스의 응접실. 루이뷔통 제공
200여 명이 일하는 아니에르 공방에서는 매년 300개 안팎의 특별 주문품을 생산한다. 제품의 범위는 샴페인 상자, 보석함, 모자 보관함, 스케이트 보관함 등 다양하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공통점은 붙박이 가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루이뷔통은 여행용 트렁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구는 아무리 중요한 고객이 주문해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뷔통 씨의 설명이었다. 제작과정은 가구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브랜드 정체성과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여행용 백과 트렁크 제조업체이기를 고집한다는 뜻이었다.

기자는 그의 말에서 즉시 모순을 감지했다. 루이뷔통은 최근 핸드백뿐 아니라 시계 주얼리, 기성복, 구두 등으로 브랜드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그를 궁지에 몰아넣을 기회를 잡았다고 쾌재를 부르며 그 이유를 캐물었다.

뷔통 씨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시계와 주얼리, 옷과 구두는 루이뷔통의 여행가방을 채우는 소중한 내용물입니다.”

2. 패밀리 비지니스

뷔통 씨가 아니에르 공방에서 장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22세 때부터다. 목공일부터 시작해서 아니에르 공방에서 이뤄지는 전 공정을 마스터한 뒤 이곳의 총괄 책임자가 됐다. 그의 두 아들도 그의 아버지, 그의 할아버지, 그의 증조할아버지, 그의 고조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편하게 먹고살 수 있을 텐데 왜 굳은살 박여가며 장인의 길을 걸었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젊었을 때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패밀리 비즈니스를 계승하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간곡한 설득에 장인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장인의 길을 선택한 데 대한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작은 농장을 운영하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이 동물들이 상처가 생기면 직접 꿰매주기도 합니다. 루이뷔통만의 독특한 바느질법인 ‘뷔통 스티치’를 쓰는데, 바늘 두 개로 동시에 바느질을 하는 방법입니다. 내 애완동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치료를 받는 셈이죠.”

3. 수작업

아니에르 공방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기계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장인들이 못질을 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못질과 같은 단순작업을 왜 기계에 맡기지 않을까. 현장 책임자의 대답은 이랬다. “모든 나무에는 결이 있다. 아무리 기계로 정밀하게 못을 박아도 결 때문에 못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오직 숙련된 장인의 손만이 나무의 결까지 감안해서 일정한 방향, 일정한 깊이로 못을 박을 수 있다.”

뷔통 씨는 특히 수작업 원칙을 중시하는 데 대해 “우리의 관심사는 오직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정밀하고 민감한 공정은 기계보다 사람의 손이 더 뛰어나다는 설명인 셈이다.

4. 위조품과의 전쟁


루이뷔통이 제작한 스페셜오더 제품들. 샴페인 병과 잔을 보관할 수 있는 미니바(2004년 제작)와 프랑스의 탐험가 피에르 사보르냥 드 브라자를 위해 1878년 제작한 접이식 침대. 트렁크에 넣어 휴대할 수 있다.
루이뷔통이 제작한 스페셜오더 제품들. 샴페인 병과 잔을 보관할 수 있는 미니바(2004년 제작)와 프랑스의 탐험가 피에르 사보르냥 드 브라자를 위해 1878년 제작한 접이식 침대. 트렁크에 넣어 휴대할 수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뷔통 씨의 목소리 톤이 가장 높아진 것은 기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일부 전문가는 가짜는 유명세를 누리는 명품이 치러야 할 필수비용이라고 한다. 심지어 가짜가 있어서 명품이 더 빛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러자 그는 아주 결연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전쟁(It’s war)”이라고도 했다.

사실 루이뷔통의 역사는 ‘짝퉁과의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루이뷔통의 ‘LV’ 모노그램과 꽃, 별이 섞여 있는 루이뷔통만의 디자인도 위조품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뷔통 씨는 “최근 위조품 생산은 조직범죄 및 아동노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인류가 함께 싸워야 할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5. 노블레스 오블리주

최근 한국에서 비판의 도마에 오른 명품기업의 빈약한 사회적 공헌에 대한 의견도 궁금했다. 뷔통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직전 일주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현지 지방신문을 내밀었다. 신문에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 중 한 곳인 게센누마의 양식장에서 굴을 먹는 모습이 찍힌 사진과, 루이뷔통의 일본 법인인 루이뷔통저팬이 굴 양식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아니에르 공방에도 청각장애인 등 각종 장애를 가진 장인 1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루이뷔통코리아 역시 지난해부터 푸르메재단 언어치료실 건립 등 각종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 명품엔 에누리가 없다

지갑이 얇은 루이뷔통 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세컨드 라인(젊은층 고객을 위한 실속형 라인)이나 엔트리 아이템(명품을 사기 시작한 ‘초보’ 고객을 위한 싼 가격대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루이뷔통의 제품을 향유할 수 있게 할 생각은 없나?”

그는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했다. 이런 이유였다.

“루이뷔통은 항상 더 높은 품질만을 추구해 왔다. 세컨드 브랜드나 엔트리 아이템은 루이뷔통의 150년 역사에 대한 배신이다.”

7. 창의성

루이뷔통에서 장인의 길을 걷고 싶은 한국의 젊은이에게 충고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창의적이 되어라(Be creative).”

[채널A 영상] ‘짝퉁의 진화’ 고유번호에 AS까지…


파리·아니에르= 천광암 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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