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스승, 이상의 ‘밀당 기술’…소설가로서 물려받아야 할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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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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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콘서트 ‘앙’ 첫번째 출연한 김연수 씨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작가 콘서트 ‘앙’에 첫 출연자로 나온 소설가 김연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작가 콘서트 ‘앙’에 첫 출연자로 나온 소설가 김연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청중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밀당’이야말로 진정한 연애죠. 한쪽이 고백하는 순간 끝나는데 이때 고백하는 사람이 지는 겁니다. 작가 이상은 에세이에서 신여성 여급과의 밀당을 섬세하게 풀어놓았어요. 그 밀당이야말로 소설가로서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했죠.”

‘굳빠이 이상’의 소설가 김연수(42)는 자신의 문학적 스승이 “최고의 밀당 기술을 보여준 이상”이라고 고백하며 웃었다.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작가 콘서트 ‘앙’에서다. 밀당이란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로 남녀 사이의 미묘한 심리싸움을 뜻한다. 그는 “내 소설이 (독자와의) 밀당에서 이기는, 즉 고백하지 않는 문학이 되고자 한다. 문학 역시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거라 생각하면서 고백하는 순간 파탄이 난다”고 설명했다. 김연수는 1994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후 장편 ‘사랑이라니, 선영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원더보이’ 등을 발표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의 교집합에 대해 늘 고민한다는 그는 한국문학사에서 자신의 문학이 ‘공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소설’로 기록되길 원한다고 했다. “주제와 문장, 캐릭터, 사건 구성 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소설이죠. 물론 아직 이런 작품을 쓰진 못했어요. 작가로서는 뛰어난 ‘문학돌’의 탄생쯤으로 적히면 좋겠네요 (웃음).”

이번 작가 콘서트는 출판사 푸른역사 부설 푸른역사아카데미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온 기획 강좌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의 일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전통적 문학 개념이 해체된 이후 한국문학사는 어떻게 쓰일 것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자리다. 작가 콘서트에는 김연수를 시작으로 한유주(30) 김애란(32) 박민규(44) 천명관(48) 등 소설가 5인이 차례로 나와 자신이 한국문학사와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문학적 스승에 대해 김애란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 박민규는 ‘인간이라는 죄책감’이라고 미리 귀띔했다. 천명관은 ‘선데이 서울’ 등 어릴 적에 봤던 삼류 잡지와 삼류 영화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꼽았다. 참가 문의 070-7539-4822, cafe.daum.net/purunacademy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문학#작가 콘서트#김연수#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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