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받는 엄마 보며 울던 딸… 그 아이 때문에 버텼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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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9차례 북송 뒤 탈북 성공한 이순실 씨 사연 10일 방영

아홉 번이나 북송 당한 탈북자 이순실 씨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중국인 브로커에게 속아 딸을 잃어버린 그의 소망은 딸을 만나 인형을 안겨 주는 것이다. 채널A 제공
아홉 번이나 북송 당한 탈북자 이순실 씨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중국인 브로커에게 속아 딸을 잃어버린 그의 소망은 딸을 만나 인형을 안겨 주는 것이다. 채널A 제공
9차례나 북송된 끝에 자유를 찾은 탈북자 이순실(가명·43·여) 씨의 사연이 10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되는 채널 A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공개된다.

이 씨는 2001년 첫 탈북을 시도했다. 남편은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둘렀고 먹을 것이 없어 매일 굶주렸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후 집 없이 떠돌아다니며 구걸로 연명하는 이른바 ‘꽃제비’로 살았다. 2004년 딸을 낳았다.

“꽃제비 생활 중 어느 역 앞 길바닥에서 애를 낳았어요. 꽃제비들이 모이는 여관에서 산후조리를 했죠. 그래봐야 방만 빌렸을 뿐 강냉이죽 국물로 연명했어요. 젖도 나오지 않아 애도 강냉이죽 국물을 먹였어요.”

그는 꽃제비 생활 중 중국 공안에 붙잡혔을 때 딸이 있다는 이유로 북송됐다. 그 뒤로 북송되면 도망쳤다가 다시 북송되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이 씨의 몸에는 북송될 때마다 북한 보위부에서 당한 고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난로에 있던 쇠꼬챙이로 지지고 코바늘로 따고, 머리에 펄펄 끓는 물을 붓고…. 지금도 머리의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못해 울퉁불퉁해요. 아이는 엄마가 고문받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때리지 마’ 하면서 울고. 그래도 아이 때문에, 그 희망 때문에 버텼어요.”(이 씨)

탈북과 북송을 거듭하면서도 서로 의지했던 모녀는 2006년 마지막 10번째 탈북 뒤 2008년 중국에서 생이별을 했다. 택시 운전사가 검문을 피한다며 이 씨와 딸을 따로 태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사는 인신매매범이었고, 이 씨는 5000위안(약 92만3000원), 딸은 3000위안(약 55만4000원)에 팔렸다.

탈북 뒤 한국인 교회에 숨어 있던 그는 2008년 딸을 찾지 못하고 혼자 한국에 왔다.

최근 진행된 녹화 현장에 이 씨는 소망함에 담을 물건으로 큰 곰 인형과 작은 곰 인형을 들고 나왔다. 큰 것은 엄마, 작은 것은 아기를 뜻한다. 그는 딸이 인형을 무척 갖고 싶어 했지만 속옷을 둥글게 뭉친 뒤 눈, 코, 입을 그려주기만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인형을 사 늘 곁에 둬 왔다고 했다. “한 끼라도 배불리 먹여주고, 옷이라도 한 벌 제대로, 신발이라도 짝 맞춰 신겨 봤더라면…. 늘 배가 고파 제 손을 대신 빨게 했어요. 지금도 늘 꿈에선 딸을 안고 있어요. 깨고 나면 딸이 아니라 베개를 껴안고 있지요.”

현재 딸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찾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딸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방송에 나왔다”면서 “사랑하는 충단아, 보고 싶고,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미 청문회서 탈북자 모녀 ‘충격 증언’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순실#이제 만나러 갑니다#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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