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뮤지컬 ‘풍월주’ 김재범·성두섭 “‘동성애극?’ 관객들의 판단에 맡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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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주’ 공연장은 그 자체가 ‘운루’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자관객이 많다. 김재범(우)·성두섭(좌)은 “대부분 공연이 여성이 훨씬 많다. 남성관객이 많이 없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풍월주’ 공연장은 그 자체가 ‘운루’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자관객이 많다. 김재범(우)·성두섭(좌)은 “대부분 공연이 여성이 훨씬 많다. 남성관객이 많이 없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여기 흰머리 났어요~”

배우 김재범(33)이 인터뷰 중 앞머리 있는 흰머리 한가닥을 보여준다.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에 기자는 웃음이 터졌다.

뮤지컬 ‘풍월주’ 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재범과 성두섭은(29)은 요즘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다. 현재 ‘풍월주’를 하면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

성두섭은 그 동안 ‘풍월주’에서 배우 이율(28)이 들어오기 전까지, 원캐스팅으로 공연을 진행한 탓에 살이 많이 빠졌다. 그는 “얼굴도 헬쓱해지고 사람들이 피곤해보인다고 그러네요. 몇 kg가 빠졌는지 모르지만, 힘이 좀 들긴 했어요. (웃음)”라고 말했다.

‘풍월주’에서 열과 사담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성두섭과 김재범은 다음 작품 연습과 현재 공연으로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인터뷰 내내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 “동성애 극이라고요? 우정도 사랑의 한 부분이잖아요”

뮤지컬 풍월주는 고대 신라 시대 운루(雲樓)라는 주점의 남자 기생인 열(성두섭 분), 그가 목숨보다 아끼는 친구 사담(김재범 분) 그리고 열을 사랑하는 진성여왕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창작극이다.

극 중 열과 사담은 서로에게 헌신하는 사이. 그러다 보니 ‘동성애 코드’에 맞춘 극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터라 두 배우는 ‘동성애’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그 단어를 말하는 게 조심스러운 건 맞아요.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 ‘이성’ ‘동성’ 제한하며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정도 사랑의 한 부분이잖아요. 극에서는 어떻게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대사 한 줄로 설명을 해야 되기 때문에 표현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긴 해요.”(김재범)

“관객들이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크게 말하자면 ‘사랑’이죠.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 깊은 우정도 사랑에 속하니까요. 열과 사담의 왜 그런 우정을 갖게 됐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자면 관객들이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요.”(성두섭)

‘풍월주’에서 진성여왕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남자 기생 ‘열’을 맡기 위해 성두섭은 한국무용을 배웠고 서예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는 “열이는 누가 봐도 멋있어야 하잖아요.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춤을 좀 많이 연습했고요. 또 예쁘게 글을 쓸 순 없어도 붓 잡는 법, 먹 가는 법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공연을 할수록 붓글씨도 잘 써지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담’ 역을 맡은 김재범은 전작 ‘공길전’에서 맡은 공길과 비슷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보일까 고민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사실 ‘공길전’과 비슷할 것 같아서 ‘풍월주’ 출연을 망설였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지금도 고민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원래라면 남성다운 ‘열’같은 역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 자신이 없었어요.(웃음)”(김재범)

▶ ‘아’하면 ‘어’하는 김재범과 성두섭…왜 이제야 만났을까?

두 배우는 예사 인연은 아니다. 그동안 뮤지컬 ‘김종욱 찾기’ ‘빨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상대 배역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것.

이 둘은 “공연이 시작하면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사이”라며 웃기도 했다. ‘풍월주’에서도 호흡이 척척 잘 맞아서 그런 걸까. 인터뷰에서도 김재범이 ‘아’하면 성두섭은 ‘어’할 정도로 죽이 잘 맞았다.

“(성)두섭이를 잘 몰랐을 땐, 단순히 웃는 게 예쁜 동생, 착하고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연기를 하다 보니 이미지가 달라지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호흡도 잘 맞아요. ‘왜 이제야 같은 무대를 섰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다음 작품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연습초반인데 ‘열’의 느낌을 어디서도 받을 수가 없을 만큼 다음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좋은 배우에요.” (김재범)

“형을 2007년부터 알았고 형 작품도 봤죠.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 배울 게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상대 배역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친해질까 고민했어요. 저도 그렇고 형도 워낙 금방 친해지는 게 어려운 성격이라서요. 말수도 없으셔서 조금 어렵겠다 싶었는데, 극에서 친구로 나오고 조금씩 알게 되니까 재밌고 편한 형이에요. 앞으로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성두섭)

김재범과 성두섭은 6월 21일 ‘풍월주’를 떠나고 6월 29일 시작하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풍월주’를 떠나서 굉장히 아쉬워요. 하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성향이 아주 다른 작품이라 재범이 형과 또 다른 색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두섭)


▶ TV, 영화 등 다른 매체 접해보고 싶어…“매력적일 것 같아요”

“(조)정석이요? 잘 될 줄 알았어요.”

최근 종영한 MBC ‘더 킹 투하츠’에서 은시경 역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출신 조정석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두 배우는 “잘 될 줄 알았다”고 동시에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킹 투하츠’할 때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 응원하면서 봤어요. 워낙 좋아했던 친구예요.” (김재범)

TV나 영화 쪽에 관심은 없는지 물어보자 김재범과 성두섭은 “아주 많아요”라고 답했다.

“기회가 된다면, 접해보고 싶어요. ‘얼굴 좀 알려보자’라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작업해보고 싶은 거죠. 무대와는 또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가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궁금해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성두섭)

“부모님을 위해서 욕심이 좀 생겨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부모님께서 배우가 된 모습을 조금 쉽게 보실 수 있잖아요. 주변 분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으실 텐데…그리고 제 이름을 알리면서 공연계도 알리고 싶은 맘도 있고요. 두섭이 말대로 다른 연기 스타일도 배울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김재범)

형을 따라 자연스레 배우를 꿈꿨던 김재범과 가수를 꿈꾸다 연기에 매력을 느껴 배우가 된 성두섭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예전엔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고, 다시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것이 없더라고요. 현실에서 작품하기에만 급급하고 시간을 쪼개서 나를 위해 투자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부지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큰 꿈을 위해 작은 꿈들을 실천해가고 싶어요.” (김재범)

“관객들뿐만 아니라 제가 봤을 때 ‘열심히 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요. 그리고 사람들이 ‘저 배우는 참 괜찮았어, 저 배우가 하면 믿을 만해’라고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재범 형처럼 성실한 배우가 되고도 싶어요.” (성두섭)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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