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 플라멩코 공연의 선구자인 카르멘 모타(79)가 2009년 ‘푸에고’에 이어 3년 만에 신작 ‘알마’를 23∼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한때 지역 민속춤에 불과했던 플라멩코가 무엇 때문에 오늘날 세계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춤 장르가 됐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
플라멩코 공연의 세계적인 연출가인 카르멘 모타의 신작 ‘알마’는 라스베이거스 쇼처럼 화려한 무대가 발군이다. 발레와 현대 무용의 동작까지 뒤섞인 군무는 고전적인 방식의 플라멩코와는 큰 차이가 있다.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라멩코는 15세기 중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흘러들어온 집시들의 여흥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춤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기타 반주와 노래, 춤을 통틀어 일컫는 장르다.
20세기 들어오면서 플라멩코는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 위주로 정형화하거나 결혼식과 지역 축제에서 지금도 행해지는 전통 형태, 현대적인 공연 양식에 맞춘 것 등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모타는 발레에서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빠른 발놀림, 변화무쌍한 상체 움직임이 특징인 모던 플라멩코 춤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식 쇼처럼 화려하게 연출한 무대를 결합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번 공연은 ‘영혼’이란 뜻의 스페인어 알마(Alma)를 제목으로 했다. 모타가 제작한 10번째 작품으로 역시 그의 특징이 뚜렷하다.
1막은 여성 군무, 남성 군무, 혼성 군무 등 다양하게 연출한 집단 춤이 감탄을 자아냈다. 10여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손으로는 캐스터네츠를 치고, 구두 뒤축으로 마루 바닥을 빠르게 구르며 집단적으로 화려한 춤사위를 펼쳐내는 모습이 묘기에 가까웠다.
1막이 쇼의 느낌이었다면 2막은 일상을 배경으로 한 정감 있는 무대였다. 남녀 가수, 기타 연주자 2명, 타악기와 관악기 연주자 각 1명 등 뮤지션 6명의 무대 위 생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은 파티, 선술집 등 배경을 달리하며 춤을 췄다. 특히 선술집에서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기분이 상해 헤어지고, 화해하는 과정을 강렬한 춤으로 연출한 2인무가 플라멩코의 매력을 한껏 뿜어냈다.
플라멩코의 매력은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서 나온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는 뒤로 한껏 젖히고 턱은 살짝 들어올려 시선이 아래를 향하도록 한다. 여기에 상대를 쏘아보는 듯한 눈빛을 곁들인다. 춤 동작은 빠른 가운데에서도 강약이 있고 표정은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선술집 2인무에서 남녀는 대결하는 듯 상대방의 주위를 돌면서 시선으로 상대의 몸 아래위를 훑는다. 여자는 감정이 통한 듯 남자와 순간 뜨겁게 엉켰다가 금방 도도하게 물러난다. ‘밀당(밀고 당기기)’의 진수다. 공연 전체에 이런 ‘냉정과 열정’이 교차했다.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을 함께 사용하는 조명은 그런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세련되고 깔끔하게 연출된 이 공연을 ‘플라멩코의 진수’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전통 플라멩코에선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기에 젊은 무용수들은 경험치가 너무 얕다고 여겨졌다. 매끈한 몸매, 화려한 옷의 젊고 탄력 있는 무용수들 덕분에 눈과 귀가 즐거웠지만 이들의 잘 포장된 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보는 이들의 가슴까지 울리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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