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제6회 한중작가회의에서는 중국 여성 작가가 낭독회를 앞두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일어났다. 소설 분과에서 한국 소설가 권지예의 ‘유혹’을 낭독하기로 한 이 작가가 “읽기 민망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유혹’은 국내 한 석간신문에 연재될 당시 농도 짙은 성애 묘사로 화제가 됐으며 최근 전권(총 5권)이 완간됐다.
이 중국 작가는 “이렇게 성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한국 분위기가 놀랍고 부럽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 작가는 권 씨의 양해를 얻어 원고의 일부분을 건너뛰고 낭독을 마쳤다.
시 분과에서는 유부남의 내연녀를 뜻하는 ‘세컨드’란 표현이 화제가 됐다. 시인 김경미의 ‘나는야 세컨드’가 낭독되자 중국 시인들이 술렁였다. 김민정 시인은 “한국에서는 세컨드란 표현이 쓰인 지 오래돼 거부감이 덜하다. 하지만 중국은 세컨드란 말이 최근 사회문제가 됐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류 시인이 ‘나는 세컨드’라고 ‘고백’했으니 중국 시인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중국 작가들에 따르면 중국엔 사전 검열제도가 있는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면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한다. 한 한국 작가는 낭독회가 끝난 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의 솔직한 표현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중국 작가들이 사석에서 만나서는 ‘너무 재미있다’ ‘중국에서 책으로 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중국 작가들이 공식석상에서는 자유롭게 발언을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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