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여객선 피랍! 출동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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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테러 진압 가상 시나리오

▼ “여객선 피랍! 출동하라”… 해상테러 진압 가상 시나리오 ▼

해상작전은 육상작전보다 난도가 높다. 왜 그런지, 실제로 작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자. 시나리오는 인천해경 특공대 곽일호 경사(전술팀)와 조성국 경장(EOD팀·폭발물 담당)의 설명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금 1000만 달러를 보내라”

201X년 5월 20일 22시
정체불명의 집단이 인천과 중국 칭다오(靑島)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승객 600명 승선)을 태안반도 서쪽 서해상에서 납치. 납치범 10명의 리더는 “인질의 몸값인 현금 1000만 달러와 헬리콥터를 보내라”고 요구. 납치범들은 AK47 소총과 이스라엘제 우지 기관단총 등으로 무장.

“특공대를 투입하라”


5월 20일 22시 30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대통령, 대통령안보수석,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해양경찰청장 등 관계부처 회의 소집. 오전 2시까지 납치범들과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무산. 납치범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인질을 1명씩 처형하겠다고 위협. 정부, 2시 10분에 해경특공대 투입을 결정(민간인이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건에는 경찰 투입이 원칙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민간인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아내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도 해경특공대였다).

헬기 저격수가 납치범 저격

5월 21일 02시 20분 대기 중이던 해경특공대가 AW-139 헬리콥터에 탑승. 30분 후 납치 현장에 도착. 현장에서 대치 중이던 해경 경비정에서 헬리콥터가 왔으니 인질을 풀어주라고 납치범에게 요구. 돈을 먼저 떨어뜨리라고 요구하다 격분한 납치범이 헬리콥터에 발포. 그 순간 헬기와 경비정의 저격수가 배 바깥에 나와 있던 납치범을 저격. 이후 특공대원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와 배 위에 착지. 그들이 배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저격수가 엄호(해상작전에선 조용히, 몰래 배 안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 대형 여객선의 경우 7, 8층 건물 높이의 배가 수두룩하다. 영화에서처럼 자석 손잡이를 이용해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 따라서 헬리콥터에서 강하하거나 고속단정을 대고 배에 설치된 계단이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기관단총 총탄, 방패가 튕겨내

5월 21일 03시
이제부터는 외부 지원 없이 침투한 대원들만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함. 대원들은 배 안으로 들어갈 때 한 줄로 된 진형, 일명 스네이크(뱀) 대형을 만듦. 배 안의 통로가 좁기 때문. 맨 앞의 대원은 방패와 권총을 들고 나머지 대원은 그 뒤에 줄을 서 들어감. 복도에 들어서 2∼3분 걸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납치범이 우지 기관단총으로 사격. 다행히 방패는 기관단총 탄환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음. 팀원의 즉각 대응사격으로 납치범 사살.

대원 중 1개조는 조타실로, 다른 1개조는 기관실로 이동. 나머지 1개조는 선실 등을 수색하며 납치범을 색출. 여객선의 내부 구조는 이미 대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음(해경특공대원들은 평소 우리나라에 기항하는 주요 선박의 사진과 도면을 열심히 익혀 둔다. 대원들은 여객선이 기항하면 하루 종일 승선해 실제 구조를 익히기도 한다).

안전지역 이동

5월 21일 03시 30분 드디어 조타실 앞. 납치범들이 조타실 문을 잠그고 있음. 다행히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폭파 후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듯함. 폭발물 담당 대원이 도폭선으로 유리벽을 폭파하자마자 나머지 대원들이 섬광탄을 투척. 연이어 폭음과 섬광이 발생. 대원들이 무력화된 납치범들을 포박. 잠시 후 기관실에서도 상황 종료란 연락이 옴. 침투팀장이 “항복하라”며 선내방송. 그러나 범인들은 투항할 의사가 없는 듯.

조타실의 대원들은 배를 몰고 인천항으로 전속력 항진. 범인들은 아무런 선택권 없이 배와 함께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 망망대해에서, 그리고 경비정이 동행한 상황에서 탈출은 절대 불가. 한편 선실의 납치범들이 저항했으나 특공대는 경상 1명의 경미한 피해만 입고 그들을 제압.

폭탄 발견!

5월 21일 07시
안전구역인 인천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경비정 함대와 조우. 선내 수색 중 EOD팀이 폭탄으로 의심되는 물체 발견. 휴대용 X선 탐색기(1억 원짜리로 국내에 2대밖에 없음)로 살펴보니 빛과 자석의 탈착에 각각 반응하는 센서 2개가 장착된, 가방으로 위장한 폭탄. 방호복을 입은 EOD 팀원이 암실텐트를 치고 야광봉으로 조명을 비추며 가방 외부에 구멍을 냄. 그리고 까만색 래커를 뿌려 빛 반응센서를 무력화함. 자석센서는 뇌관과 연결된 선을 절단해 무력화. 7시 50분 상황 종료.

도움말=김재은 드라마 작가. ‘아이리스’ 극본 공동 집필
#해경특공대#가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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