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전시회에 온 듯 그림책 보는 듯 환상적 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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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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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 ‘도착’ ★★★☆

움직이는 그림책 같은 느낌의 가족극 ‘도착’. LG아트센터 제공
움직이는 그림책 같은 느낌의 가족극 ‘도착’. LG아트센터 제공
3∼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가족극 ‘도착(The arrival)’은 움직이는 그림 전시회를 보는 듯 회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어린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 이미지와 음향을 총동원하는 다른 어린이 공연과 달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스스로 머릿속에서 뛰어놀 수 있게 했다.

이 무언극의 줄거리는 한 사내가 가족을 떠나 낯선 세계를 여행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재회한다는 게 전부다. 줄거리보다는 사내가 만나는 세계를 관객에게도 얼마나 낯설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중절모, 회색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맨 사내는 아내와 딸과 포옹한 뒤 큰 배에 오른다. 어두운 하늘에는 검은 용들이 불길한 예감을 풍기며 날아다닌다. 배가 도착한 낯선 도시에선 꼬리가 삼지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 기이한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도시에는 올챙이를 닮은 강아지, 뾰족한 귀를 가진 부엉이 등 낯선 이미지의 생물이 가득하다.

원작인 호주 작가 숀 탠의 동명 그림책이 워낙 뛰어나다. 2007년 출간됐고 볼로냐 도서전에서 상도 받은 이 127쪽짜리 그림책은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민자들이 겪는 낯선 세계의 경험을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묘사했다.

주인공 사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낯선 나라로 떠나는 이민자를 상징한다. 공연 속 낯선 세계는 곧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이기도 할 것이다.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인형극을 결합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온 뉴질랜드의 레드 립 시어터는 원작에 입체성을 더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그림이 툭툭 튀어나오는 듯 놀라움을 안겨줬다. 병풍처럼 얇은 패널로 이뤄진 바퀴 달린 세트는 접기에 따라 오래된 고성이었다가 금방 화려한 도시가 되며 변신을 거듭했다.

새들과 강아지 같은 동물도 나무 막대기에 연결된 인형을 배우들이 조종하는 형태였지만 생동감이 넘쳤다. 열기구는 거대한 모형과 미니어처를 동시에 활용한 발상이 돋보였다. 이미지에 비해 빈약한 줄거리가 아쉬웠지만 3일 첫날 공연에는 어른 관객이 객석 대부분을 채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가족극#도착#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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