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입 열면 속사포 대사… 내 생애 최다 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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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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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아내 역 맡은 임수정

사랑스러운 외모와 출중한 요리 실력, 임수정이 연기한 정인은 입을 열기전까지 최고의아내였다. 뉴 제공
사랑스러운 외모와 출중한 요리 실력, 임수정이 연기한 정인은 입을 열기전까지 최고의아내였다. 뉴 제공
세상 뭇 남편처럼 두현(이선균)도 속았다. 아내 정인(임수정)이 이슬을 주식으로 하는 천사인 줄 알았다. 결혼해 보니 아내는 아무 때나 방귀를 뿜고 화장실 변기에 앉은 남편에게 녹즙을 먹이는 ‘엽기녀’. 꼬치꼬치 따지는 데는 일등, 직장 상사의 사모님에게도 말 한마디 안 진다. 남편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내 별칭은 ‘달링’이 아닌 ‘투덜이’.

17일 관객과 만나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먼저 만났다.

“억척일 수도, 엽기일 수도 있는 캐릭터죠. 시나리오가 술술 읽히고 재미있어서 특별한 연기를 가미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두현은 희대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주문한다. 러시아, 중국, 아랍 여성까지 ‘섭렵한’ 성기는 자존심을 걸고 정인의 마음을 빼앗기로 작정한다.

스스로 “평소 조용하고 말이 없다”는 임수정은 이번 영화가 NG를 가장 많이 낸 작품이라고 했다. “대사가 많은데 외워지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정인은 논리적인 여자인데, 그의 시선을 따르기 어려웠어요. 속사포 같은 분위기를 내려면 대사의 스피드가 중요한데 제가 말이 느려서….”

‘올해의 캐릭터’로 꼽힐 만큼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했다는 덕담과 함께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물었다. “정인이 양떼목장에 갔다 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양한테 먹이주고 쓰다듬더니 목장 아래서 양 꼬치구이 사먹는 인간의 위선이란…’. 실제로 목장 가보니 (대사처럼) 그렇던데요.”

‘베이비 페이스’의 대명사인 그에게 ‘내 아내…’는 지난해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이은 유부녀 역할이다. “20대에는 어려 보이는 얼굴이 다양한 역할을 방해해서 싫었어요. 소녀 캐릭터만 시키더군요. 30대가 되니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져 좋아요. 30대가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호호.”

영화 ‘장화, 홍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받아온 그는 데뷔(2001년 드라마 ‘학교4’) 10년이 넘었다. “저를 ‘핫’한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배우들처럼 다작도 아니고요. 그것보다는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배우로, 천천히 제 속도대로 갈 거예요.”

그는 “‘철의 여인’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처럼 한 인물의 전기 영화에 꼭 한번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옹 코티야르가 한 인물을 소녀시절부터 노년까지 연기하잖아요. 이런 역할이 오면 제 ‘동안’을 활용해야겠죠. 소녀는 너무했나?” ‘너무한’ 것 같지는 않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임수정#내 아내의 모든 것#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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