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 황사를 뚫어라]“기 살려라” 태극낭자 9전9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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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女단체전 대결 中 ‘화정차업배’
박지은-조혜연-김혜민 퍼펙트 우승

오랜만의 낭보였다. 여자 프로기사들이 세계바둑 단체전에서 올해 첫 우승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전승(全勝)으로. 세계대회에서 중국에 밀려 부진의 늪을 헤매던 한국바둑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올해 처음 중국 주최로 열린 ‘화정차업배’ 한-중-일-대만 여성바둑 단체전. 4개국 선수들이 나라별로 3명씩 팀을 이뤄 승패를 가리는 풀리그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27일 열린 2차전.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로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한국팀 대표 박지은 9단과 조혜연 9단, 김혜민 6단은 전날 대만팀을 3-0으로, 중국팀도 일본팀을 2-1로 이기고 마주한 자리였다. 한국팀으로서는 황룡사쌍등배에서 왕천싱이라는 신예에게 대표 5명 중 4명이 패하는 등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수모를 갚을 설욕의 자리이기도 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루이나이웨이를 제쳐놓고 황룡사배에서 8연승을 거둔 왕천싱을 주장으로 내세웠다. 박 9단은 왕천싱을 맞아 초반부터 유리한 흐름을 끝까지 이어나가 불계승을 거뒀다. 황룡사배에서 진 빚을 보기 좋게 되갚은 것.

같은 시간.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출전한 조혜연도 숙적 루이나이웨이와의 대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혜연은 루이와의 역대 전적에서 18승 35패로 열세를 보여 왔다. 김혜민-위즈윙 2단전과 관계없이 한국팀은 중국에 승리한 것. 이어 김혜민도 이겼다. 3-0 승.

다음 날인 28일 상대는 일본. 일본은 중국에 2-1로 패했지만, 대만에 3-0으로 이겨 한국팀을 3-0으로 이기면 모두 7승이어서 우승을 넘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혜연이 아오키 기쿠요 8단에게 이겨 첫 승전보를 전하면서 한국팀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어 김혜민도 무카이 지아키 4단을 눌렀다. 박지은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일본 랭킹 1위 셰이민 6단에게 낙승했다. 3-0 승리.

이로써 한국팀은 3일 동안 1패도 내주지 않은 9-0 퍼펙트 승리를 챙겼다. 특히 박 9단은 셰이민과 헤이자자, 왕천싱 등 각 팀 주장을 모두 이겨 ‘국제바둑 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승상금은 20만 위안(약 3600만 원).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화정차업배#여자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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